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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金이 다섯개" 양궁 세계 최강 '팀 코리아' 만든 車 기술

고양=성상영 기자 2024-08-06 07:00:00

현대 모터스튜디오 '양궁 체험' 해보니

카메라로 심박수 측정하고 자세 분석

車 기술로 다져진 세계 최강 '팀 코리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2일(현지시간)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경기가 열린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광장에서 김우진(왼쪽), 임시현(오른쪽) 대표팀 선수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양궁협회]
[이코노믹데일리] 가슴 보호대와 팔목 보호대를 차고 사대(射臺)에 올랐다. 70m 거리 과녘을 향해 활 시위를 겨누자 심장이 요동쳤다. 분당 80회 뛰던 심장 박동수는 110회로 빨라졌다. 연습 땐 맞지 않던 활이 본 게임에 접어드는 순간 '9점'에 꽂혔다. 그리고 8점, 7점···.

2024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궁사들이 금빛 낭보를 전해오던 지난달 31일 경기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가상 현실을 통해 올림픽 양궁 대표팀의 훈련을 체험했다. 이 곳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오는 18일까지 운영하는 '궁수의 길: 모빌리티 기술과 양궁의 만남' 현장이었다. 
 
경기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 전시된 양궁 훈련용 '슈팅 로봇' [사진=성상영 기자]
◆평균 9.65점 '로봇 궁사', 전기차 충전 로봇으로 만난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3층에 마련된 체험장 입구에는 선수들의 개인 훈련을 돕는 슈팅 로봇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슈팅 로봇은 터치 스크린, 활, 지지대, 컴퓨터로 구성된 본체를 바퀴가 떠받치는 형태였다.

지난 7월 초 충북 진천선수촌에 투입된 이 로봇은 1대1 대결이 가능해 대표팀 선수들이 실전 감각을 익히는 데 도움을 줬다. 슈팅 로봇은 실시간 제어 소프트웨어와 센서를 통해 온·습도는 물론 풍향과 풍속까지 측정해 평균 9.65점 수준의 명중률을 자랑한다. 고사양 컴퓨터와 고속 제어 모터까지 탑재해 경기 규정과 동일한 20초 제한 시간 안에 조준과 발사가 이뤄진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관계자는 "슈팅 로봇의 정밀도와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완성차 공장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로봇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슈팅 로봇의 로봇 팔과 카메라 기술은 향후 현대차그룹이 선보일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ACR)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슈팅 로봇을 둘러보던 중 직원이 나와 "체험이 곧 시작된다"고 안내했다. 보호대를 착용하고 체험장 내부로 들어가니 대형 스크린이 좌우로 넓게 펼쳐져 있었다. 천장에는 빔 프로젝터 여러 대가 설치돼 가상 양궁장을 만들어 냈다.

활 쏘기 체험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간단한 요령과 안전 수칙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활을 잡는 법, 화살을 당기는 정도, 과녁을 조준하는 법 등을 숙지한 뒤 총 2발을 쏘는 연습 게임에 돌입했다.

체험에 사용된 활은 성인 선수들이 쓰는 것보다 가벼우면서 활 시위의 탄력이 약한 유소년 선수용이었다. 화살촉은 안전을 위해 뭉툭한 스펀지 같은 재질로 만들어져 있었다. 스크린 속 가상의 과녁은 실제 양궁장처럼 선수와 70m 거리로 구현됐다. 실제 모니터와의 거리는 30m였다.
 
양궁 체험자의 얼굴을 인식해 심박수를 측정한 모습 [사진=성상영 기자]
◆사람의 감정을 읽는 車 기술, 팀 코리아 '강철 멘탈' 비결

일일 궁사가 서자 스크린에 체험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화면 아래엔 체험자 심박수가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긴장할 수록 올라가던 심박수는  심리 상태가 안정되자 정상 범위(1분당 60~80회)에 가깝게 내려왔다.

현대차그룹은 안면 인식 알고리즘을 개발해 심박수 측정 장비를 착용하지 않아도 심박수를 측정하도록 했다. 카메라가 선수의 얼굴을 인식, 미세한 혈류 변화를 감지하는 방식이다. 양궁은 '멘탈(정신력) 싸움'이라 할 만큼 침착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 데 안면 인식 기반 심박수 측정 장비는 선수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정확하게 생체 신호를 측정한다.

현대차그룹이 미래 자동차에 탑재할 '감정 인식 차량 제어(EAVC)'와 작동 원리가 비슷하다. 이 시스템은 인공지능(AI)이 차량 내·외부 정보와 함께 탑승자의 표정, 안색 등을 분석해 주행 환경을 최적화한다.

안면 인식 기반 심박수 측정 장비로 나타난 체험자들의 심박수는 하나 같이 분당 110~120회를 오르내렸다. 활 시위를 충분히 당기지 않으면 화살이 과녁 근처도 가지 못했다. 집중력과 침착함, 그리고 활 시위를 힘껏 당기는 과감함이 모두 갖춰져야 했다.
 
지난달 31일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진행된 '궁수의 길: 모빌리티 기술과 양궁의 만남' 체험 행사 참가자가 활을 쏘는 모습 [사진=성상영 기자]
연습 게임이 끝난 뒤 본 경기가 진행됐다. 체험자들이 각자 3발을 쏜 뒤 점수를 합산해 우승자를 가려내는 식이었다.

점수는 궁사가 화살을 쏠 때마다 실시간으로 매겨졌다. 가상 전자 과녁이 화살이 맞은 곳을 감지해 화면으로 보여줬다. 이날 체험에 참여한 4명의 궁사 중 우승자는 9-8-7점을 쏴 총점 24점을 얻었다.

실제 훈련에서는 전자 과녁에 찍힌 점수가 서버에 저장돼 선수가 활을 쏘는 자세, 심박수 정보와 함께 종합적인 분석이 가능하다. 대표팀 선수의 자세를 분석하는 영상 장비는 주차 보조 기능인 '서라운드 뷰 모니터'를 응용한 것이다.

대한양궁협회 회장사인 현대차그룹은 파리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을 위해 심박수 측정 장치와 자세 분석 장비, 슈팅 로봇 등을 개발·지원했다.

그리고 한국 양궁은 파리올림픽에서 세계 최강임을 입증했다. 임시현·남수현·전훈영·김우진·김제덕·이우석 선수로 이뤄진 양궁 '팀 코리아'는 금메달 5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 등 총 7개의 메달을 따내는 위업을 달성했다. 양궁 종목에 걸린 5개 금메달을 싹쓸이한 동시에 올림픽 사상 최고 성적이다.

양궁 팀 코리아의 선전에는 선수들의 집념, 노력과 더불어 첨단 자동차 기술을 접목한 과학화 훈련이 한 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양궁 기술 지원 프로젝트는 세계 최강으로 손꼽히는 한국 양궁에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R&D) 역량을 접목하면 선수들의 기량을 한 단계 더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시작됐다"며 "대한민국 양궁이 국민에게 사랑받고 글로벌 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후원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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