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수정 아시아나항공 노조위원장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슬롯은 항공사의 핵심 자산인데 이를 배분받기 위해 수년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1+1이 2가 돼야 본전인데 1+1이 도로 1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을 통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했던 ‘메가캐리어’가 슬롯 반납 등으로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을 두고 대한항공과 그 외 항공사 간 의견이 나뉘고 있다. 슬롯은 항공사들이 공항에서 특정 시간에 이착륙할 수 있도록 배정받는 시간대를 의미하는데, 대한항공이 슬롯을 반납하면 아시아나항공 인수 효과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대한항공은 2021년 1월 기업결합을 위해 14개국에 이를 신고했다. 14개국은 튀르키예·대만·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베트남·한국·싱가포르·호주·중국·영국·일본·EU·미국 등이며 현재 미국의 승인만 남겨둔 상태다. 기업결합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슬롯을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일본 경쟁당국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승인하면서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통합 저비용항공사(LCC)가 탄생할 경우 독점 우려가 있는 7개 노선에 대한 시정조치를 내렸다. 지난해 3월 대한항공은 영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조건에 따라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의 7개 슬롯을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린틱에 넘겼다. 지난 2022년 12월 중국 경쟁당국으로부터 합병 승인을 받는 과정에도 9개 노선의 일부 슬롯을 반납했다.
이와 관련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적 항공사들은 슬롯을 재산이라고 하고 심지어는 국부라고 한다”며 “슬롯은 하루 아침에 확대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오랜 기간의 노선 운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인데, 그걸 내주고 있는 판국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항공 후진국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반납한 슬롯을 국적항공사에 넘길 경우 국가 항공 산업 차원에서 손실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주장도 나온다. 가령 대한항공은 지난 2월 유럽연합(EU)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 조건으로 유럽 4개 노선(파리·로마·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을 국내 LCC인 티웨이항공에 이관했다.
대한항공은 “시정조치에 따른 슬롯 이관의 대부분은 국내 LCC들을 대상으로 이뤄져 국부유출 우려는 거의 없다”며 “세계 항공 시장은 완전경쟁 체제로 일방적 운임인상 및 독점이 불가능하며, 경쟁당국의 관리하에 시장 경쟁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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