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하위문화(서브컬쳐)의 끝단에 있던 '가상(버추얼·Virtual) 아이돌' 시장에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업체 하이브까지 뛰어들었다. 과거 사이버 가수 아담부터 하츠네 미쿠, 키즈나 아이까지 버추얼 아이돌은 지속적으로 변화했다. 현재는 이세계아이돌, 플레이브(PLAVE) 등 여러 그룹이 시장에 단단히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지난달 27일 하이브의 자회사 수퍼톤에서 버추얼 걸그룹 '신디에잇'의 데뷔 앨범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신디에잇은 멤버 4명이 각자 가상 캐릭터로 활동하며, 낸시랜드라 불리는 가상 세계에서 활동한다는 콘셉트다.
가상의 캐릭터로 활동한다는 개념인 '사이버 가수'는 1990년대부터 등장했다. 국내에선 1998년 데뷔해 2집 앨범까지 낸 사이버 가수 아담이 유명하다. 다만 당시 컴퓨터그래픽(CG) 기술력의 한계와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 홍보 활동의 제약으로 2000년대 들어 인기가 사그라들었다.
침체했던 시장은 2007년 가상 캐릭터 '하츠네 미쿠'의 등장으로 재발화했다. 하츠네 미쿠는 일본 소프트웨어 업체 '크립톤 퓨처 미디어'가 만든 캐릭터다. 일본 야마하에서 만든 음성 합성 엔진 '보컬로이드'를 통해 음원을 만들었다. 보컬로이드는 미리 녹음된 음성의 높낮이를 조절해 노래를 만들 수 있다.
여러 작사·작곡가들이 이 하츠네 미쿠를 이용해 노래를 만들었으며, 동영상 사이트에서 자작곡을 공유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작곡만 10만곡이 넘는다고 알려졌다. 크립톤은 지난 2017년 한국에서 열린 행사에서 하츠네 미쿠의 시장 규모가 3000억원에 이른다고 말한 바 있다.
하츠네 미쿠로 버추얼 아이돌의 수익성이 입증된 상황에서 기술 발전이 '버추얼 유튜버'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2016년 활동을 시작한 버추얼 유튜버 '키즈나 아이'가 대표적이다.
키즈나 아이는 3D 모델링을 기반으로 정교한 '모션 캡처'를 사용해 사람이 연기하는 캐릭터다. 모션 캡처는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해 디지털 형태로 바꾸는 기술을 말한다. 카메라 앞에 선 사람이 움직이면 3D 캐릭터도 따라 움직이는 식이다.
키즈나 아이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를 300만명 이상 모으며 인기를 끌었다. 과거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안에 사람이 있어 실시간으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인터넷 방송 이용자가 늘어나며 버추얼 캐릭터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도 커졌다.
최근에는 버추얼 아이돌과 일반적인 아이돌의 활동 영역 구분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일반 아이돌도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을 주 무대로 활용하며 버추얼 아이돌이 오프라인으로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자리 잡고 있는 대표적인 버추얼 아이돌 그룹은 '이세계아이돌'과 '플레이브'다. 이세계아이돌은 2021년 인터넷 방송 플랫폼을 주축으로 결성됐다.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지난해 열린 오프라인 공연 '이세계 페스티벌'은 입장권 8분 만에 1만여장이 매진되기도 했다.
플레이브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데뷔해 유튜브 쇼츠나 틱톡을 중심으로 인지도를 얻었다. 지난달엔 '웨이 포 러브(WAY 4 LUV)'가 지상파 음악 방송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버추얼 아이돌 시장이 성장하며 하이브 외에 YG엔터테인먼트도 투자에 나섰다. 지난 4월 YG엔터테인먼트의 음반 유통 자회사 YG 플러스는 플레이브가 소속된 블래스트에 투자했다고 알려졌다. 버추얼 아이돌 업계에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의 자본이 모이며 향후 K-팝 시장에 새로운 조류를 만들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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