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올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백화점과 면세점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단체 관광보다 개인 관광객이 급격히 늘고 여행 행태도 쇼핑에서 체험 위주로 바뀌면서 면세점업계의 불황이 길어지고 있다.
연령대도 1030세대가 급증하면서 구매 단가도 크게 낮아졌다. 때문에 면세보다 로컬 쇼핑을 즐기는 관광객이 많고, K-콘텐츠 열풍이 불면서 로드숍이나 백화점업계가 때아닌 특수를 누리는 상황이다.
26일 야놀자리서치가 올해 1~4월 ‘인바운드 관광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방문 외국인 관광객 수는 486만567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성장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동기간 기준 89% 회복한 수치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도 국내 면세점업계의 표정은 어둡다. 외국인들이 좀처럼 면세점에서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외국인이 면세점에서 쓴 평균 금액은 9326억원이었다. 2019년 3월(1조8330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연령대도 1030세대가 급증하면서 구매 단가가 크게 낮아졌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주요 면세점들은 적자에 허덕이거나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큰 손’이라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에게만 의존했던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쇼핑보다 한국 문화를 즐기려는 외국인들의 관광 트렌드나 유통 채널 등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면세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최근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1분기 영업손실 280억원을 포함한 누적 적자 규모는 537억원이다.
롯데는 시내면세점 가운데 최대 규모인 월드타워점의 영업 면적을 줄이고, 모든 임원의 급여를 20%가량 삭감하기로 했다. 하반기엔 희망퇴직 대상과 조건도 발표한다. 좀처럼 늘지 않는 중국인 단체관광객과 더딘 업황 회복 탓에 적자가 불어나자 내린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현대, 신세계 유통사의 면세점도 어려운 상황은 마찬가지다. 신세계면세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1% 줄어든 72억원,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영업손실이 52억원으로 여전히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백화점은 면세점과 상당히 대비된 모습이다. 외국인들의 매출 기여도가 급격히 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 1월부터 4월까지 본점을 방문한 외국인 쇼핑객이 전년 대비 130%나 늘었고, 강남점은 외국인 매출이 전년 대비 137%나 증가했다.
해외 손님을 위해 외국인 전용 글로벌 멤버십 제도를 운영, VIP 혜택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월 외국인 멤버십 제도를 재정비, 최상위 등급인 SVIP를 신설했다. 결과적으로 전년 동기 대비 외국인 고객 수와 매출이 모두 2배 가량 증가하는 효과를 거뒀다.
롯데백화점은 외국인 유입 비중이 높은 본점과 잠실점의 1~5월까지 누적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60%, 50%씩 증가했다. 관광특구에 위치한 두 개 점포의 외국인 매출이 다른 점포에 비해 높은 편이다.
현대백화점은 올 5월까지 외국인 매출이 더현대 서울, 무역센터점, 압구정 본점 순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 유입이 가장 많은 더현대 서울의 경우 2022년 전년 대비 731%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891% 뛰었다. 올해 1분기도 세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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