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르노 QM6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지만 중형 세단의 안락함을 느낄 수 있는 차다. 거친 노면을 네 바퀴로 극복하기보다는 포장 잘 된 아스팔트 도로를 느긋하게 달리는 장면이 더 어울린다. 2016년 9월 1세대 모델이 출시된 이후 8년 가까이 풀체인지(완전변경) 없이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만 세 차례 이뤄지며 조금씩 도시형 SUV로서 성격을 굳혔다.
유럽과 같이 차명을 통일한 아르카나(옛 XM3)와 달리 QM6는 유럽 이름 '꼴레오스'로 바뀌지 않았다. 오는 6월 부산모빌리티쇼에서 공개 예정인 '오로라1(가칭)'이 2세대 꼴레오스로 계보를 이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올해가 1세대 모델이 판매되는 마지막 해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약 550㎞를 타본 '뉴 르노 QM6 GDe'는 SUV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했다. 힘이 넘치지는 않았지만 운전하는 내내 차분하고 정숙했다. 전반적인 움직임은 부드럽고 묵직했다.
QM6는 초기형부터 최신형까지 일렬로 세워놓고 비교해 봐야 바뀐 곳을 찾을 정도로 변화가 적다. 이번에 만난 QM6는 지난해 출시된 3차 부분변경 모델에서 넓어진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과 디테일을 손본 범퍼를 토대로 한 가지가 더 바뀌었다. 엠블럼이다. 르노삼성차 시절 '태풍' 엠블럼 대신 프랑스 르노의 '로장주'를 채용했을 뿐인데 인상이 많이 달라 보였다.
실내는 화면 해상도나 반응 속도가 다소 아쉬운 소프트웨어 장치만 빼면 '올드'하다거나 질리는 구성은 아니었다. 내장의 꽤 많은 부분을 가죽으로 마감해 고급스러움도 느껴졌다. 선택사양을 추가하면 나파 가죽 시트와 알칸타라 내장까지 적용된다. 뒷좌석과 적재 공간, 편의성은 패밀리카로 타기에 충분한 정도였다. 뒷좌석은 등받이 각도나 착좌감 모두 괜찮았다.
시동을 걸고 몇백m 움직이는 순간 주행 질감이 보수적인 내·외장과 잘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르노코리아는 QM6 첫 출시 때부터 가솔린 모델에 들어가는 엔진으로 2.0ℓ 자연흡기를 고수해 왔다. 엔진 체적을 낮추되 과급기를 달아 출력과 구동력을 높이는 추세가 자동차 업계에서 몇 년 동안 이어졌지만 이를 거스른 것이다. 오히려 이런 고집 때문에 조용하고 부드러운 주행 특성이 잘 살아났다.
저속에서 가속이 답답하지는 않았다. 무단변속기를 탑재해 변속 충격도 없었다. 엔진 최고출력은 144마력으로 같은 배기량을 가진 경쟁사 엔진보다 낮은데, 이는 초반에 가속력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가속 페달을 3분의1에서 절반 사이로 지긋이 밟으면 시속 60~70㎞까지는 금방 도달했다. 그러나 고속 구간인 시속 90~100㎞ 이후부터는 가속이 눈에 띄게 힘들어졌다.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방음과 승차감이었다. 주행 소음은 엔진, 노면, 유리창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고속으로 달리는 중에도 이들 소음이 잘 억제됐다. 또한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둔부로 전해지는 불쾌한 충격을 깔끔하게 걸러냈다. 급선회 구간을 지나거나 회피 기동을 할 때엔 탄탄하게 받쳐주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QM6는 경쟁사 준중형 SUV가 매섭게 덩치를 키우고 동급 중형 SUV가 첨단·호화 사양으로 무장하는 동안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 왔다. 르노코리아가 그간 모델을 빠르게 바꾸기 어려웠던 탓이 크지만 어떤 소비자에게는 익숙함 속의 변화가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