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계약 종료 후에도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제때 내주지 않아 발생한 전세 보증사고 규모가 올해 들어 4월까지 2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빌라(연립·다세대)를 중심으로 전세사기와 역전세 등 후폭풍이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액은 1조9062억원, 사고 건수는 8786에 달했다. 월별 사고 규모는 1월 2927억원, 2월 6489억원, 3월 4938억원, 4월 4708억원이다.
올해 1∼4월 보증사고는 전년 동기(1조830억원) 대비 76%(8232억원) 늘었다. 전세 사기와 역전세(시세가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상황)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올해 연간 사고액은 역대 최고치였던 작년 규모(4조3347억원)를 뛰어넘을 것이 확실시된다는 점이다.
세입자에게 전세금 반환을 요청받은 HUG가 올해 1∼4월 내어준 돈(대위변제액)은 1조2655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위변제액(8124억원)보다 무려 55.8%나 급증한 액수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을 때 세입자는 보증보험을 통해 전세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HUG는 자체 자금으로 먼저 세입자에게 반환한 뒤 2~3년에 걸쳐 구상권 청구와 경매를 통해 보증금을 회수한다.
일반적으로 세입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전세권 설정, 확정일자 등 법적 대항력을 갖추면 우선변제권이 인정된다. 하지만 매매가와 보증금 차이가 거의 없으면 우선변제권이 있어도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집주인이 해당 주택을 팔거나 경매에 넘겨도 낙찰금이 보증금보다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위변제액은 늘어나는 반면, HUG가 집주인에게서 대신 내준 보증금을 돌려받는 비율(연간 회수율)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2019년만 해도 58%였던 연간 회수율은 2022년 24%, 2023년 14%로 점점 줄어들었고, 올해도 10%대를 맴돌고 있다. 보증금 10억원을 대신 내주고도 집주인들한테는 2억원도 못 받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HUG가 집주인을 대신해 세입자에게 내어준 3조5544억원 가운데 회수금은 5088억만에 불과했다. 올해 1분기 대위변제액 회수율은 17.2%로, 전세금 8842억원을 대신 돌려주고 1521억원을 회수했다.
HUG 관계자는 “경매 절차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대위변제 이후 채권 회수까지 통상 2∼3년가량이 소요된다”면서 “최근 대위변제가 급증하는 추세라 당해연도 회수율이 10%대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전세보증사고 규모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60% 후반대까지 떨어졌던 서울 빌라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올해 들어 다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지난달 기준 서울지역 빌라의 전세가율은 평균 72.0%로, 올해 1월 70.4%부터 4개월 연속 상승했다. 통상 전세가율이 80% 이상이 되면 집을 팔아도 세입자가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로 분류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전세보증금 사고액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 전국에서 빌라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남 광양으로 104%였다. 서울에서 빌라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강서구(80.2%)였고, 구로구(79.0%), 관악구(77.8%), 중구(76.8%) 순이었다.
부동산 전문가는 “이 같은 현상은 전세가보다 매매 가격이 내려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깡통전세 사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관련 대책이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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