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8일 주요 석화 업체에서 국내외 사업장을 매각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 LC타이탄 공장 지분 매각을 협상 중이고 LG화학도 '여수 NCC 2공장'을 매각한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각 사는 공시를 통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단언했지만 실제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국석유화학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석화 설비 평균 가동률은 74%였다. 지난 5년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이 정도 수치는 약간 손해를 감수하거나 간신히 공장을 운영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이 원활히 가동되려면 가동률이 90%는 돼야 한다"며 "70%대 가동률은 상당히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2021년엔 가동률 93.1%를 기록했지만 불과 2년 만에 급격히 감소해 충격이 더 크기도 했다.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 LC타이탄과 여수 NCC 2공장 모두 기초 소재를 만드는 사업장이다. NCC 등 기초 소재 설비는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으로 분리한다. 에틸렌으로 플라스틱의 원재료인 폴리에틸렌을 만들 수 있다. 다양한 화학물질의 소재라는 의미에서 기초 소재 또는 범용 소재로 부른다.
이번 매각은 중국발(發) 기초 소재 과잉 공급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사업장을 포기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 에틸렌 생산량은 1280만톤(t)으로 전년 대비 거의 증가하지 않았지만 중국은 5274만t으로 전년(2022년) 대비 15% 많아졌다. 또 국제 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며 수익성이 더욱 악화했다.
LG화학은 이번 여수 NCC 2공장 매각에 성공하면 여수 NCC 1공장으로 에틸렌 제조를 통합할 전망이다. 사업장을 통합해 생산 효율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수와 유사한 설비를 가진 대산 공장에서도 기초 소재 설비를 철거 또는 매각할 가능성이 올라간다. 실제로 2023년 대산 공장에선 수익성 악화로 스티렌모노머(SM) 설비를 철거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은 기초 소재 비중이 높아 구조조정이 더 시급하다. LG화학과 마찬가지로 여수, 대산에 대규모 기초 소재 설비를 가지고 있다. 적절한 매수자를 찾는다면 매각하고 찾지 못한다면 철거를 저울질할 가능성이 크다. 또 LC타이탄 매각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2023년에 매각 실패했던 파키스탄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공장도 다시 매물로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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