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전날(4일) 출시한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 5 부분변경 모델 가격은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책정됐다. 기본 트림(세부 모델)인 'E-라이트'는 친환경차 세제 혜택 적용 후 5240만원이다.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더하면 대다수 지역에서 4000만원 초중반대에 구매 가능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신형 아이오닉 5 배터리 용량을 기존 77.4킬로와트시(㎾h)에서 84㎾h로 약 10% 늘렸다. 환경부 인증 주행거리는 후륜구동(2WD) 19인치 타이어 기준 458㎞에서 485㎞로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완성차 제조사 입장에서 배터리 용량 증가는 원가 상승 요인이다. 전기차 제조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 정도로 알려졌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배터리팩 가격은 ㎾h당 139달러(약 18만5600원)로 추산됐다. 이를 토대로 단순 계산하면 대략 120만원 정도 원가가 오른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로는 원가 상승분이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배터리팩 가격은 공급사와의 계약에 따를 뿐더러 여기에는 배터리 셀·모듈 가격을 비롯한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델 체인지(연식 또는 사양 변경)'가 이뤄지고도 가격을 동결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현대차는 통상 신차 출시 이후 3년 뒤에 내·외관 일부와 몇 가지 사양을 바꾸는 부분변경을 해왔는데 이때마다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이상 가격을 올렸다.
더구나 배터리는 차량 제조원가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가격 동결 결정은 파격적이다. 배터리 용량 증가를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가격을 인하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는 전기 세단인 아이오닉 6와 전기 소형 SUV 코나 일렉트릭 2024년형 판매가를 각각 200만원, 100만원씩 낮췄다.
올해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 BYD가 오는 3분기 '반값 전기차'로 국내 승용 전기차 시장에 진출을 예고한 상태다. 새 보조금 정책이 시행되며 수입 전기차 업체도 가격 인하 행렬에 동참했다. 사실상 완성차 업계에 '전기차 치킨게임'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중국의 저가 전기차 공세로부터 내수 시장을 방어하면서 5000만~6000만원대 수입 전기차의 추격을 따돌려야 한다"며 "가격 인하 경쟁이 시작된 지금이 전기차 수요 감소에 따른 충격을 줄이면서 대중화 속도를 높일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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