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ESG

수에즈 운하, 전쟁으로 비상? 파나마 운하는 가뭄으로 1년 넘게 비정상 운영

박경아 편집위원 2024-02-13 06:00:00

세계 양대 운하 수난 中…전쟁보다 무서운 기후위기 

지난해 9월 24일(현지시간) 파나마운하를 통과하려는 대형 화물선들이 길게 줄을 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이상 기온과 가뭄이 발생한 가운데 파나마 운하도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 피해를 보았다. 파나마 운하 인근에서 발생한 엘리뇨 때문에 운하 운영이 비정상화된 것은 지난해 초부터다. 그런데 최근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수에즈 운하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무장정파 간 전쟁이 격화되고 예멘의 후티반군이 지난해 연말부터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려는 서방 측 선박을 나포하거나 무차별 공격을 가하자 세계 양대 운하가 각기 원인이 다른 비정상 운영으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SCA) 청장이 현지 TV에 출연해 밝힌 지난 1월의 운하 통항료 수입은 약 4억2800만 달러(약 5700억원)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통항료 수입 8억400만 달러(약 1조700억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선박 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1% 줄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항로인 수에즈 운하는 1869년 지중해와 홍해 사이에 물길을 내는 방식으로 건설된 이후 세계 물류의 12~15%가 통과하며 세계 무역의 중추적 역할을 해온 곳이다.

파나마 운하는 전 세계 물동량의 5%를 소화하고 특히 미국 컨테이너선의 40%가 통과하는 갑문식 운하다. 파나마 운하는 태평양과 대서양 두 바다 사이를 연결하는 총 6개의 갑문이 가툰 호수를 중심으로 촘촘하게 연결한 구조로 마치 엘리베이터를 타듯 갑문을 하나씩 통과해 운하를 지나야 한다. 배가 갑문에 들어서면 문을 닫고 다음 갑문과 수위를 맞추기 위해 물을 끌어다 넣거나 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파나마는 엘니뇨현상이 발생할 때마다 강수량이 감소하며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지난해 첫 5개월간 운하 지역 누적 강우량은 기존 연평균과 비교해 47% 낮았다. 파나마운하청에 따르면 운하 인근 지역 강우량은 지난 20년간 꾸준히 감소해왔다. 강우량에 의존하는 가툰 호수의 물이 줄자 운하의 수심이 얕아져 이동 선박 수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파나마무역관은 파나마운하청이 지난해 2월 초부터 파나마 운하를 지나는 선박의 흘수 제한을 강화해왔다고 전했다. 통상적인 흘수 제한은 50피트(약 15m)인데 맨 처음엔 1피트 줄인 49피트에서부터 시작해 지난해 6월 22일에는 44피트까지 줄었다.

이후 흘수 제한 강화는 보류됐으나 파나마운하청은 지난해 7월 25일 나흘 뒤인 29일부터 일평균 통행 대수를 기존 36척 내외에서 32척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통행 대수 축소를 통해 갑문에서 해양으로 빠져나가는 민물의 규모를 줄이려는 의도에서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월 하루평균 통행량 36.4척에서 지난해 7월에는 32척으로 감소했다. 

여름이 지나고 겨울이 와도 가뭄이 한층 극심해짐에 따라 지난해 11월에는 24~25척,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 15일까진 22척까지 감소했다. 

파나마 운하청은 지난 1월 16일부터 일일 통항 대수를 24척으로 2척 늘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날부터는 고객(선사) 하나당 하루 1척의 소속 선박만 통항 예약이 허용되고 있다. 파나마운항청은 이번 기후대란이 올 4월쯤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0개의 댓글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