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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드디어 손본다 "단통법 폐지" 경쟁 촉진 좋지만...실효성은

선재관 2024-01-25 04:00:00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왼쪽)이 지난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생활규제 부문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단말기 유통법 폐지와 관련한 세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정부는 지난 22일 '민생 토론회 다섯번째 생활규제 개혁'에서 이동통신 단말 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이하 '단통법')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단통법 폐지를 통한 경쟁 촉진으로 소비자 후생을 끌어 올리겠다는 정부 의지로 분석된다.

정부가 내세운 단통법 폐지 이유는 '통신비 부담 완화'다. 하지만 단통법이 폐지되면 전처럼 통신사들의 출혈 경쟁이 일어나고, 일부 소비자가 그 손해를 보전하는 구조로 돌아올 수 있다. 또한 구체적 대안 없이 나온 폐지 발표로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단통법 제정 이전에 발생했던 '호갱(호구고객)'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단말기 가격 자체가 비싸지고, 이미 통신3사의 5G 가입자가 포화인 상황에서 단통법이 폐지된다고 시장 경쟁이 활성화될지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 10년만에 단통법 폐지 검토...선택약정은 유지
단통법은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에 제정되어 시행된 지 10년이 된 법안이다. 

2013년 5월 무렵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을 대표 발의자로 새누리당 의원 9인이 공동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2014년 5월, 전병헌 의원, 이재영 의원, 노웅래 의원, 김재윤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4건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합 조정해 대안으로 통과됐다. 

그 당시 단통법에 대한 해석은 '이동통신사들의 지원금 출혈 경쟁과 소비차 차별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법안으로 주요 내용은 △차별적 지원금 지급 금지 △지원금 공시 의무화 △보조금 상한제 도입 △비지원금 가입자에 대한 혜택 제공 등을 포함한 "단말기 유통 구조의 투명화" 등이다. 법안은 재석 215인 중 찬성 212인, 기권 3인으로 98%의 높은 찬성률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이를 통해 단말기 출고가 및 통신요금 인하 등 효과가 있을 것으로 모두 기대했다.
 
단통법 폐지 추진 계획. [그래픽=국무조정실]

하지만 법 시행 뒤에도 신형 단말기가 출시되면 이동통신사와 유통점의 불법 보조금은 여전히 기승을 부렸다. 젊은 네티즌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더 많은 할인이 왜 불법이냐"는 '혜택 하향 표준화'란 불만도 쏟아졌다.

또한 일부 정보력이 뛰어난 특정 소비자는 여전히 온라인을 이용한 일명 '성지'라는 대리점을 통해 불법 지원금을 받으며 휴대폰을 구입해왔다. 원래의 취지와는 다른 행보가 지속됐다.

특히 단통법 도입 이후 이통3사 영업이익은 2014년 1조6000억원 수준이었지만 2020년에는 3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연간 합산 영업이익도 4조4967억원으로 추정되면서 3년 연속 4조원 영업이익 달성이 전망된다. 예상과는 달리 통신사는 단말기 보조금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고 새로운 5G요금제가 도입되며 매해 실적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번 조치로 "단통법 시행으로 시장이 투명화돼 이용자 차별이 완화됐고, 자급제 단말기 이용 증가와 알뜰폰 시장 성장의 기화에 따른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동통신사업자들의 보조금 경쟁이 위축돼 국민들이 단말기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는 등 소비자 후생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는 비판이 양립해 왔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단통법을 폐지하고 통신사 간 경쟁을 촉진시켜 소비자 후생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정부는 지원금을 받지 않았거나, 지원금을 받은 후 24개월이 지난 이용자에게 요금의 25%를 할인해주는 선택약정 할인은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이 부위원장은 "선택약정 할인제는 단통법 폐지 이후에도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해 지속적으로 이뤄지게 할 계획"이라며 "세부적인 사항은 검토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 경쟁 촉진 좋지만...'호갱·실효성' 문제는?
정부가 단통법 폐지 의지를 밝혔지만 단통법 폐지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부정적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는 법 개정 사항이라 국회 동의가 필요한 만큼 실제 폐지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법률안 개정 혹은 폐지는 국회의 역할이다. 게다가 문제가 있었지만 일부 순기능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단통법을 폐지할 경우 일부 소비자들, 특히 관련 정보에 어두운 고령자를 중심으로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는 '호갱'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민주당은 단통법 폐지에 대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변화하는 통신비에 대한 청사진 없이 단통법만 폐지하는 것은 총선을 인식한 전시 행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은 "단통법 폐지에 대한 기본적 입장은 통신사-유통자 간 자유로운 지원금 경쟁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이통사·제조사·개별 대리점이 얼마씩 보조금을 준다고 공시하는 등 우려되는 부작용적 요소들도 다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통법의 제정 취지가 됐던 이용자 차별 행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전기통신사업법 금지행위로 규제가 가능하다"며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예상되는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성명문을 통해 “건전한 경쟁을 통해 이용자 혜택을 증대하려는 노력이 골목상권 소상공인들을 다시 살리는 길"이라며 "‘휴대폰 성지’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단통법을 준수하는 매장에서 구매한 대다수 선량한 소비자가 더 많은 피해를 봤다. 더 이상 불법성지가 건전한 이동통신 유통환경을 훼손시키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2일 대통령실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단말기유통법’ 규제 개선과 관련해 “단통법 폐지 이전이라도 사업자 간 마케팅 경쟁 활성화를 통해 단말기 가격이 실질적으로 인하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기 가격이 오르면서 평균 교체 주기가 늘어나 전반적 소비자 후생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당사자인 통신업계는 반응을 자제하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 주요 증권사, 단통법 폐지 영향 리포트 발간
서울 시내 전자상가 휴대폰 판매점에 붙은 이동통신 3사 로고 [사진=연합뉴스]

지난 23일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단통법 폐지 방침과 관련한 리포트들을 발간했다. 종합적으로 이번 단통법 폐지 대책으로 지금 당장 통신사들이 받을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데 대체적인 의견이 모인다.

리포트에 따르면 정지수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10년 전에는 3G 사업을 포기하고 LTE에 ‘올인’했던 LG유플러스로 인해 가입자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이었던 반면 지금은 5G 서비스가 성숙기를 지나 정체기에 진입해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유인이 과거와는 달리 크지 않다”며 “단통법 폐지가 통신 사업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대면 채널을 통한 서비스 가입이 확대되고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점도 단통법 폐지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단말기 제조사들도 지원금을 더 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과거 경쟁했던 LG전자와 팬택이 사라지고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분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지원금을 더 부담해야 할 이유가 부재하다”며 “단통법 폐지 자체보다는 총선 전까지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부 의지와 규제 리스크 지속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단통법 폐지로 통신사들의 비용 증가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이번 정책으로 인해 통신 3사의 마케팅 비용이 일부 증가할 수는 있겠지만 그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고 분석하며 “단말 시장의 경쟁이 안정화돼 있고 5G 보급률도 70%에 육박해 있으며 통신 3사간 경쟁보다는 MVNO(알뜰폰) 가입자로 이탈이 더 많아진 상황에서 전면적인 경쟁이 벌어질 확률은 상당히 낮다”고 전했다. 이어 “플래그십 단말기 출시 시점 전후로 마케팅 비용이 상승할 순 있다”면서도 “전체 마케팅 비용은 일정 수준 유지될 것으로 판단해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회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통신사들의 실적 영향은 ‘중립적’이라고 표현했다. 큰 영향 없을 것이란 의미다. 그는 “5G 도입 초기와 같이 단통법 하에서도 경쟁이 필요하면 지원금은 상승한 바 있다”면서도 “하지만 5G 보급률이 60%를 상회하고 유무선 결합이 보편화 되어있는 현 상황에서 과열 경쟁을 유발할 유인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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