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산업

[미리 보는 2024년] 신사업 활로 찾는 정유·석화, 첫 끗발 세운 배터리는 '삼중고'

고은서 기자 2023-12-05 06:00:00

경기 침체와 업황 부진 겹친 정유·석화업계

'저탄소'와 '친환경'…미래 포트폴리오 확장

배터리업계, 성장은 하지만 내년은 어려워

"LG엔솔, 질적 성장하려면 R&D 투자 필요"

LG화학 충남 대산공장 전경[사진=LG화학]
[이코노믹데일리] [편집자주]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 맞물려 경기 침체가 1년간 지속된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마비까지, 그야말로 산업계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던 2023년. 내년엔 더욱 위태로운 한 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코노믹데일리는 2023년 산업 업종별로 성과를 돌아보고 2024년을 전망하고자 한다.

◆'오락가락' 정유·석화…내년엔 '친환경'으로 체질 개선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득했던 올 한 해, 기업들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고자 주력 사업이 아닌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높였다.  장기간 이어진 경기 불황에도 다양한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힘으로써 외부 요인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올해 산업계에서 가장 '업앤다운(up&down)'이 심했던 업종은 단연 정유업계다. 전 세계를 뒤흔든 러-우 전쟁과 이-하 전쟁은 지정학적 불안을 낳았고 이는 곧바로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로 이어졌다. 올 초 업계는 요동치는 국제유가가 단지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예측했지만 4분기인 현재까지 이어지는 양상이다.

국제유가 변동성이 크다 보니 정유사들의 수익성 핵심 지표인 정제마진도 상승세와 내림세를 반복했다. 최근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다시 오르면서 정치권에서는 정유사에 횡재세(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었을 때 추가 징수하는 세금)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또다시 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해 말 정유업계가 고유가로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두면서 처음 논의가 진행된 이후로 두 번째다. 

이미 계절·국제유가·정제마진 3박자에 민감한 와중에 정부 압박까지 들어오면서 올해 정유업계에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유가에 영향을 많이 받는 석유화학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고유가로 인해 석유화학 사업은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적자를 기록했다. 원가 상승과 수요 부진이라는 이중고를 감당해야 하는 석화업계는 수익성 악화라는 늪에 빠진 셈이다.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와 석유화학 4사(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 업황은 내년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정유·석유화학업계에서는 유가에 따라 변동성이 큰 석유 사업 의존도 낮추기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한계사업을 정리하고 수익성 높은 스페셜티 사업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는 평가다. 업계는 글로벌 탄소배출 감소 기조에 맞춰 저탄소 관련 신사업 육성에도 안간힘이다. 신사업의 일환으로 친환경 역량을 강화할 바이오 연료와 폐플라스틱, 수소, 배터리 소재 사업 등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의 화석 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 다가오는 '2050 탄소중립(넷제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국내 배터리 3사 CI[사진=각 사]

◆'1등 기업'도 흑색 전망…"'질적 성장' 위해선 R&D 필수"

배터리 업계도 중국이 장악한 공급망과 미국의 온쇼어링 정책 속에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전 세계 전기차 수요가 멈칫하면서  자연스레 시장 성장세도 둔화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미국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는 잇달아 생산 확대 계획을 잇달아 중단했다. 완성차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자 배터리 업체들도 수익 전망이 불투명해 생산량 조절에 나선 것이다.

시장 성장이 멈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분명 매년 성장을 할 시장이지만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점유율이 계속해서 뒤처지는 상황에서 얼마나 더 밀릴지는 미지수다. 2020년 코로나19 초창기에 LG에너지솔루션이 일시적으로 세계 점유율 1위를 찍고 내려온 이후로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계속해서 하방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내년 배터리 시장을 '희망이 무너지는 해'로 보고 있다. 2024년과 2025년의 배터리 시장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다는 이야기다. 실제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2025년 국내 기업들의 북미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할 것이라는 야심찬 전망을 내놨지만 시장 점유율은 점점 더 고꾸라졌다.

일각에서는 배터리 3사가 내년 가동에 들어가는 공장들이 있기 때문에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올해 배터리 3사의 국내외 누적 투자액은 16조원을 넘어섰다. 각 사는 내년 △LG에너지솔루션 인도네시아 현대자동차 합작공장(30GWh), 캐나다 스텔란티스 합작공장(45GWh) △ SK온 2024년 헝가리 이반차(30GWh), 중국 옌청 제2공장(33GWh) 등 가동을 앞두고 있다. 

시장이 주춤한 지금 시점에서 공장 증설보다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연구개발(R&D)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배터리 3사 중 내년, 내후년이 가장 우려되는 기업으로 LG에너지솔루션을 꼽았다. 모두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매출 대비 R&D에 가장 소홀하다는 이유에서다. 

박 교수는 R&D 투자 없이는 질적인 우위를 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LG에너지솔루션 같은 경우는 지금 설비를 늘릴 때가 아닌 R&D 투자를 늘릴 때"라며 "경쟁자라고 주장하는 중국의 CATL을 압도하려면 당기순이익을 포기하더라도 무조건적으로 연구비 투입이 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의 올 1~3분기 매출 대비 R&D 비용을 보면 비율은 2.8%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삼성SDI가 4.9%, CATL이 5%인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작은 수준이다. 박 교수는 "오히려 삼성SDI가 LG에너지솔루션보다 시작은 늦었지만 지금 이 추세대로 가면 내년, 내후년에는 삼성SDI의 상황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0개의 댓글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