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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현장] 영농형태양광으로 농업·발전 '일거양득'…"농지법 개정은 숙제"

고은서 기자 2023-09-17 12:00:00

경북 경산 '영농형태양광 실증단지' 가보니

농경 기능 유지하면서 발전까지…수익성 ↑

법률상 25년짜리 태양광 8년 만에 걷어야

농지법 개정 '한 목소리'…"정책 개선 필요"

경북 경산 영남대학교 영농형태양광 실증단지 전체 전경[사진=한화큐셀]
[이코노믹데일리] 한국 농촌의 인구와 소득이 동시에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발전과 경작을 병행하는 영농형태양광이 농촌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농지를 전용하지 않아 농촌 농경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농가 수익성은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13일 방문한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 영농형태양광 실증단지에는 총 100킬로와트(kW) 규모 영농형태양광 설비가 수놓아져 있었다. 영농형태양광은 발전과 경작을 병행하기 때문에 농지의 효율성과 생산성이 크게 늘어난다는 특징이 있다. 

설치된 모듈 형태는 △단면형 일반(300평) △영농형 전용(협소형 양면·50평) △양면형 수직형(150평) △양면형 일반(90평) 으로 구분된다. 여기서 영농형 전용과 양면형 일반은 한화큐셀이 생산하는 모듈이다. 일반 영농형태양광의 연간 발전량은 총 12987.77와트(W)인 데 반해 한화큐셀이 만드는 협소형 전용 영농형태양광은 총 16689.60W로 28.5% 향상한 발전량을 보인다. 

실증단지를 직접 가보니 생산된 전력은 지난해 1년간 총 130메가와트아워(MWh)로 실증단지와 영남대학교 운영에 사용되고 있었다. 이는 국내 가정용 기준으로 연간 약 140명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한화큐셀 영농형태양광 미디어 설명회에서 정재학 영남대학교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사진=한화큐셀]
이 곳에서 생산한 전력을 사용해 재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기술도 시범 운영되고 있다. 빗물을 태양광 모듈 하부 파이프를 통해 물탱크에 저장했다가 가뭄 때 활용하는 형태다. 폭염, 폭우, 태풍, 혹한 등의 기후에서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다만 농작과 전력 생산을 동시에 하는 탓에 영농형태양광으로 재배한 농작물의 수확량은 일반 농지 대비 약 80% 수준으로 줄어든다. 그런데 포도와 같은 작물은 영농형태양광을 설치했을 때 생육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실제 영남대학교 과수원에서 진행된 실증연구 결과 영농형 태양광 하부 농지 포도 수확량은 일반 농지 대비 125%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영농형태양광에서 재배한 농작물 수확량은 최대 20% 수준 감소하지만 농부 수익은 되레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동서발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650평 자기소유 농지에 영농형태양광을 설치해 벼농사와 발전을 병행하면 같은 면적 농지에서 벼농사만 지을 때 수익인 160만원보다 최대 6배에 달하는 986만원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정재학 영남대 교수는 "농업을 중단하고 태양광 발전 설비만 운영하는 '농촌형태양광'과 달리 영농형 태양광은 농업 소득을 상회하는 매전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소득을 올리기 어려운 농촌 현실에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남대학교 영농형태양광 실증단지에서 직접 재배한 파. 이 실증단지에서 수확한 농작물은 과제 주관사인 한국동서발전이 장학금 사업, 불우이웃돕기 등 여러 사회공헌 활동에 사용하고 있다.[사진=고은서 기자]
그러나 여전히 농지법 개정은 숙제다. 현행 농지법상 태양광 발전설비는 농업보호구역에서 최장 8년 동안 설치할 수 있다. 통상 영농형태양광의 수명이 25년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경제성이 떨어지는 셈이다. 앞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현행 농지법 하에서 영농형태양광 사업을 8년 운영하면 비용대비 편익(B/C)은 0.74로 경제성이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농지법을 개정해 타 용도 일시사용 허가 기간을 20년으로 늘리면 B/C는 1.24로 개선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을 시작으로 농지법 개정안이 여럿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전부 계류 중이다. 정재학 교수는 "임차농도 영농형태양광 발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투자나 관리 없이 단독으로 참여하는 농민에게 저금리 정책자금 지원 제도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국동서발전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임도형 한국동서발전 미래기술융합원장은 "경제성 확보를 위해 한국동서발전은 시공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감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시공이 간편해 설치기간은 20일에서 7일로 줄고 시공비도 약 30% 절감된다"고 자신했다. 

한편 해외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RE100(재생에너지 100%) 기조에 따라 영농형태양광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일본은 무려 10년 전인 2013년 영농형태양광 관련 법안이 통과돼 현재 약 4000건 이상의 영농형태양광 발전소가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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