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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양자컴퓨터' 기술경쟁...미래산업 패권 쥘 게임체인저

선재관 2023-09-14 05:00:00
선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와 구글이 개발한 양자컴퓨터 [사진=구글]
[이코노믹데일리] 양자컴퓨터는 중첩 및 양자 간섭과 같은 양자역학적 효과를 활용하여 기존의 컴퓨터보다 빠르게 특정 유형의 문제 풀이에 물리 법칙인 양자역학을 이용하는 미래 컴퓨터다. 

양자 컴퓨터(이하 양자컴)는 컴퓨터 과학, 물리학, 수학의 여러 측면으로 이루어진 종합적 분야로 양자역학을 활용해 기존의 컴퓨터보다 빠르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한다. 수퍼컴퓨터가 1만년 걸릴 난수 문제를 양자컴은 200초 만에 해결할 수 있다. 

업계에선 양자컴이 실용화되고 인공지능(AI)과 결합할 경우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초지능’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AI 학습과 서비스에 필요한 막대한 데이터를 양자컴퓨터가 처리해준다면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AI 성능이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첨단전략기술인 양자컴퓨터‧반도체‧초고성능 컴퓨터‧초전도 분야 연구개발(R&D)에 1557억원을 투자한다. 지난해 904억원과 비교해 1.7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초 2023년도 정보통신기술(ICT)원천연구개발사업 시행계획을 확정하고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양자컴퓨터 설명을 듣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과기정통부는 앞으로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해 국내 생태계 조성을 위한 핵심기술역량 확보 및 인력양성, 인프라 확충 등을 중점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양자컴퓨팅 △초고성능컴퓨팅 △반도체 △초전도 분야 등을 집중 육성한다는 게 목표다.

특히 양자컴퓨팅 분야는 지난해 착수한 50큐비트 양자컴퓨터 개발‧구축 사업의 1단계 목표인 2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조기 핵심기술 확보를 가속화하며 민관 파트너십을 구축해 소재 개발용 양자시뮬레이터를 구축하고 37억5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양자이득 실증 프로젝트도 시작할 예정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8월 22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 자나두 연구소에서 크리스티안 위드브룩 자나두 최고경영자(CEO)에게 양자컴퓨팅 관련 실험 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LG]
◆ 글로벌 3위 양자컴 기업, 韓과 양자 오류 공동 연구

최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그룹의 미래를 찾기 위해 북미 방문 중 가장 부각받은 곳이 있다. 캐나다의 양자컴퓨팅 기업인 자나두(Xanadu)였다. 자나두는 광 기반 양자컴퓨팅 연구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구 회장이 자나두의 광 기반 양자컴퓨팅 장비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사진은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2016년 설립된 자나두는 미국 구글(Google)과 중국 USTC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양자 우위(Quantum Advantage)를 달성한 양자컴퓨팅의 글로벌 기업이다. 기업가치는 2022년 기준 약 1조3000억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160여명의 양자 전문가가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양자컴퓨팅 하드웨어 외에도 최근 독일 폭스바겐사와 양자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 파트너십을 맺는 등 양자컴퓨팅 응용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216큐비트급 양자 컴퓨터로 기존 슈퍼컴퓨터로 9000년 걸리는 문제를 36초만에 해결해 작년 6월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크리스티안 위드브룩 자나두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1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크리스티안 CEO는 초전도, 광 기반 등 다양한 양자컴퓨팅 방식에 나눠서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KIST]
크리스티안 위드브룩 자나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1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방문해 한국 기업들과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IST와 자나두는 올해 1월 업무협약을 맺었으며, 자나두가 KIST 주관 '양자오류정정 국제 공동연구센터'에 6월 파트너 기관으로 공식 참여하면서 공동연구에 착수했다.

실제로 이날 KIST에는 위드브룩 CEO를 만나기 위해 국내 양자 관련 여러 기관과 기업 관계자들이 모습을 보였다. 한국양자정보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재완 고등과학원 부원장을 비롯해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관계자도 참석했다.

이번에 공동개발 논의 중 하나인 광기반 양자 컴퓨터는 광자의 파동과 진동 방향을 이용해 큐비트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위드브룩 CEO는 "광기반 양자 컴퓨터는 초전도체나 이온덧 방식과 달리 상온에서 동작하며, 작은 큐비트 칩들을 모듈처럼 모아 쉽게 확장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광학 부품 생산 기술은 이미 잘 확립되어 있어 광학 소자를 쉽게 대량생산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양자 컴퓨터의 난제인 양자오류 정정에도 광기반 양자컴퓨터가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다른 방식의 양자 컴퓨터는 구조가 확정되어 있어 다른 구조로 변경하기 거의 불가능하지만, 광기반 방식은 유연하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위드브룩 CEO는 "2026년 양자오류 정정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나두는 양자 컴퓨터뿐 아니라 양자 기반 알고리즘, 양자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프레임워크인 '페니레인', 누구나 쉽게 양자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함께 제공한다. 그는 "양자 컴퓨팅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려면 클라우드 플랫폼이 가장 좋다"라며 "클라우드 서비스처럼 '서비스로서의 양자(QaaS)'를 지향한다"라고 말했다.

위드브룩 CEO는 양자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자나두를 직접 방문해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위드브룩 CEO는 이 점을 언급하며 “정부가 학술적인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해줘야 우리 같은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연구진이 개발 중인 50큐비트 초전도 양자컴퓨터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 10년 뒤져 있다...한국 양자기술 핵심인력 부족, 2030년까지 핵심인재 1000명 양성

미래 먹거리 양자기술 한국의 경쟁력은 크게 뒤져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인재 부족이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 강대국들은 우리보다 앞서 양자기술의 범용성과 파괴력에 주목해 범국가적인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를 단행해 왔다. 이들에 비해 후발주자로 꼽히는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 대비 약 62.5%의 양자기술 수준에 머물러 있다.

양자기술의 균형 잡힌 발전을 위해서는 양자물리적 원리와 현상을 심도있게 이해하는 양자 핵심인력과 이를 시스템적으로 구현하고 운영할 수 있는 전기전자, ICT, 시스템 제어공학 기반의 다양한 엔지니어링 인력을 모두 확보해야만 한다.

현재 국내 양자 핵심인력은 대학, 연구계, 산업계에 걸쳐 약 380명 정도 수준에 그치고 있다. 중국 5500명, 미국 3120명, 일본 780명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해 양자분야 석·박사급 인력 양성이 무엇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전문적인 양자 엔지니어링 인력은 크게 부족하다. 높은 학문적 난이도, 빈약한 산업 생태계, 고급인력 유인 요소의 부족 등이 인재 확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한상욱 KIST 양자정보연구단장은 “반도체를 비롯해 ICT기술과 생산기술에 강점이 있는 우리나라로선 기술 리딩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면서 “다만 양자기술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어서 인재 양성을 위한 집중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우리나라 양자기술은 초기 시장 형성 단계로 불확실성이 커서 민간 기업 참여가 저조하지만, 우리의 약점을 극복하고 신속히 추격하기 위해서는 양자기술 전 분야에 걸쳐 산·학·연·관의 협업이 절실하다”며 “2030년 양자기술 4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정부도 정책적 지원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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