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프로농구팀 KCC 이지스가 내 고향 전주를 떠나는 광경을 바라보는 머릿속은 아이러니했다. 새 체육관 신축 지연이 연고지 이전의 표면적 명분이었으나 구단 입장에서는 관중 동원 같은 소비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텐데, 그들이 원하는 부산은 산업은행 직원들이 필사적으로 기피하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한껏 밀어붙일 태세다. 부산·울산·경남 지역구를 둔 야당 의원들마저 관련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당 지도부를 설득하겠다고 호언한 판이다.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산업은행은 여의도를 떠날 것이 자명하다.
어두운 전망을 일찌감치 간파한 일부 직원들은 줄줄이 회사를 떠나는 중이고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듯하다. 나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기보다 직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왜 공허하게 머물렀는지 짚어 보고 싶다.
안타깝게도 대다수 시민들은 산업은행이 여의도에 있든 부산으로 가든 별 관심이 없다. 부산 이전에 따른 손실 정당성을 떠나 남 일처럼 느껴지는 건 산은 직원들에게 가장 취약하고 뼈아픈 지점이다.
이전 반대에 대한 폭넓은 지지를 얻고자 했다면, 되도록 많은 사람이 쉽게 공감할 만한 반박 논리를 발굴하고 이를 전략적으로 설파했어야 했다. 어찌됐든 정답이 존재하지 않은 쟁점일지라도 가급적 피부로 느낄 만한 담론으로 파고들었어야 했다는 얘기다. 이번 논란은 현 정부의 졸속 추진에서 비롯된 탓이 무엇보다 크지만 이를 뒤집을 만한 매력적인 프레이밍이 허약하기도 했다.
강조하건대 여의도 본점에 대한 여러 이점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한국거래소·예탁결제원 등 이미 여의도를 떠나 부산으로 본사를 옮긴 금융기관들이 숱한 마당에, 이런 전례를 뛰어넘어 여의도에 머물러야만 하는 이유를 납득시키지 못했다는 거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주장은 무관심 섞인 풍요로운 낭만으로 비칠 뿐이었다. 얼마 전 김훈 소설가가 중앙일보 지면에 던진 '내 새끼 지상주의'를 빗대어 표현하자면, 각자의 삶에 벅찬 시민들에게는 '내 회사 이기주의'로 환원돼 보일 따름이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할 효능감 있는 공론화는 가능한가? 나는 이것이 여의도를 사수하려는 산업은 직원이 선제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한껏 밀어붙일 태세다. 부산·울산·경남 지역구를 둔 야당 의원들마저 관련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당 지도부를 설득하겠다고 호언한 판이다.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산업은행은 여의도를 떠날 것이 자명하다.
어두운 전망을 일찌감치 간파한 일부 직원들은 줄줄이 회사를 떠나는 중이고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듯하다. 나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기보다 직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왜 공허하게 머물렀는지 짚어 보고 싶다.
안타깝게도 대다수 시민들은 산업은행이 여의도에 있든 부산으로 가든 별 관심이 없다. 부산 이전에 따른 손실 정당성을 떠나 남 일처럼 느껴지는 건 산은 직원들에게 가장 취약하고 뼈아픈 지점이다.
이전 반대에 대한 폭넓은 지지를 얻고자 했다면, 되도록 많은 사람이 쉽게 공감할 만한 반박 논리를 발굴하고 이를 전략적으로 설파했어야 했다. 어찌됐든 정답이 존재하지 않은 쟁점일지라도 가급적 피부로 느낄 만한 담론으로 파고들었어야 했다는 얘기다. 이번 논란은 현 정부의 졸속 추진에서 비롯된 탓이 무엇보다 크지만 이를 뒤집을 만한 매력적인 프레이밍이 허약하기도 했다.
결국 산은 직원들은 그 미션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니 지상파 방송사에 부산 이전 손실이 막대하다는 자체 컨설팅 결과를 먼저 흘린다 한들, 그것도 역부족이어서 나를 포함한 금융권 기자들을 한데 불러 모아 용역 결과를 공표한다 한들, 배 지나간 다음에 소리치는 꼴이 되어 버렸다.
강조하건대 여의도 본점에 대한 여러 이점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한국거래소·예탁결제원 등 이미 여의도를 떠나 부산으로 본사를 옮긴 금융기관들이 숱한 마당에, 이런 전례를 뛰어넘어 여의도에 머물러야만 하는 이유를 납득시키지 못했다는 거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주장은 무관심 섞인 풍요로운 낭만으로 비칠 뿐이었다. 얼마 전 김훈 소설가가 중앙일보 지면에 던진 '내 새끼 지상주의'를 빗대어 표현하자면, 각자의 삶에 벅찬 시민들에게는 '내 회사 이기주의'로 환원돼 보일 따름이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할 효능감 있는 공론화는 가능한가? 나는 이것이 여의도를 사수하려는 산업은 직원이 선제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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