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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기자수첩] 삼성바이오 매출 3조·시총 50조, 이재용이 옳았다

성상영 기자 2023-07-07 15:57:17

'100차' 앞둔 삼성 '부당합병' 공판

바이오로직스 '가치 평가' 최대 쟁점

명분 약해진 檢, JY 족쇄 풀어줄 때

산업부 성상영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재무학에서 미래 가치 예측은 아트(art·예술)라고도 한다."

지난달 23일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97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한 재무학자가 한 말이다. 예술에 빗댈 만큼 미래 가치 예측이 쉽지 않고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수학적으로 정교해야 한다.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이어진 98차 공판에는 이재용 회장이 출석했다. 이 회장은 언제나 그랬듯 마스크를 쓴 채 특유의 알 수 없는 무표정으로 출입구로 들어갔다. 3주에 한 번 열리는 공판은 어느덧 100차를 앞뒀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 대부분 참석했다.

이 회장의 운명을 가를 재판에서 최대 쟁점은 '삼성 측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고의로 부풀렸는지'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식 가치가 높게 평가됐고 그 방법으로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부채를 누락하고 이익을 높이는 등 분식회계가 동원됐다고 봤다. 검찰은 회계 기법이 고도로 발전한 현대에는 정확한 가치 평가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논지를 폈다.

이재용 회장 측 법률 대리인은 회계 기법 발전과 무관하게 매우 불확실성이 큰 바이오 기업에 대한 가치 평가는 외부에 공시하는 재무제표 수준으로 엄밀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 평가 결과가 시점에 따라 달라지거나 높게 나오더라도 이는 사업 전망에 따른 것이지 특정인에 유리한 의도 때문은 아니라는 논리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이 처음 불거진 2017년 이후 6년이 지난 현재 이 회사 가치는 증권시장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50조원이 넘는다. 비상장사로서 합병이 이뤄진 2015년 당시 평가된 금액(4조8000억원)의 10배에 이른다. 지난해 매출은 3조원을 넘었다. 결과가 그렇다는 얘기다.

유·무죄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지만 재판을 더 오래 끌 명분은 약해진 듯하다. 삼성 측은 검찰의 논리를 '분식회계가 있었더라도 고의는 아니었다'며 절묘하게 깨뜨렸다. 재판부가 1심 판결을 올해 안에 내놓을 가능성도 커졌다. 이재용 회장에 채워진 족쇄를 풀어줄 때가 됐다.

여담이지만 바이오는 고(故) 이건희 회장이 2010년 3월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10년 이내에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며 5대 신수종(新樹種) 사업 중 하나로 언급한 분야다. '이건희 회장이 아들에게 기업을 물려줄 생각으로 아주 오래 전부터 분식회계를 통한 합병 비율 조작을 준비했다'는 말이 나오지 않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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