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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원전 '팀코리아' 부활 알린 1만7000톤 프레스 "감탄이 절로"

성상영 기자 2023-05-17 14:11:39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 가보니

신한울 3·4 주기기 제작 준비 분주

'탈원전' 6년 암흑기 견디고 날갯짓

경남 창원시 성산구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에서 원자력발전소 부품 중 하나인 증기발생기 원통을 1만7000톤(t)급 프레스가 성형하고 있다.[사진=두산에너빌리티]


[이코노믹데일리] 쇳덩이가 저렇게 클 수 있나 싶었다. 거대한 합금강은 찜질방 불가마처럼 시뻘겋게 열기를 뿜어내고 높이 23m에 이르는 1만7000톤(t)급 프레스는 위아래로 움직이며 모양을 잡아나갔다.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중 하나인 증기발생기 부품이 제작되는 순간이었다.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가 6년에 이르는 '탈원전 암흑기'를 견디고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지난 15일 방문한 경남 창원시 성산구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은 차분히 가라앉으면서도 서서히 활기가 돌기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국내 원전 업계는 문재인 정부 임기 5년, 그리고 본격적인 탈원전 폐기까지 긴 시간 일감이 끊기면서 고사 직전에 몰렸다. 발전 공기업에서 발주하는 물량도 없거니와 탈원전을 외치는 나라에서 생산한 설비를 사줄 해외 고객이 있을 리도 없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물론 창원공장과 연계된 경남 지역 중소 협력사까지 배를 곯아야 했다.

원전 수주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커졌는데도 정작 공장 내부가 조용한 이유는 여기 있었다. 동시에 경북 울진에 들어설 신한울 3·4호기 주기기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에 앞서 각종 장비와 직원들은 '스탠바이' 상태를 유지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에서 직원이 원자력발전소 부품인 헤드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은 한국중공업 시절인 1976년 착공돼 1982년 준공됐다. 이 무렵 조성된 창원국가산업단지에서도 약간 더 들어가야 나오는 마산만을 끼고 자리를 잡았다. 전체 면적은 서울 여의도 1.5배인 430만㎡(약 130만평)으로 소재 제작부터 완제품까지 일관 생산이 가능한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전력을 생산하는 설비 대부분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이날 처음 가동을 시작한 1만7000t 프레스가 있는 단조공장은 그 자체로 커다란 대장간이었다. 대장장이가 쓰는 망치는 프레스, 집게는 매니퓰레이터, 화로는 가열로다. 발전소에 들어가는 부품은 무게나 크기가 어마어마할 뿐 아니라 고온·고압을 견뎌야 해 강도 높은 금속을 써야 한다.

1만 7000t 프레스 역시 세계 최대 크기다. 1200도(℃)까지 달궈진 대형버스만한 쇳덩이를 성인 남성 24만명이 동시에 누르는 힘으로 성형한다. 이날 오후 열린 신한울 3·4호기 제작 착수식 말미에 첫 단조 작업이 이뤄졌다. 집채만한 매니퓰레이터가 시뻘건 쇳덩이를 집어 프레스 쪽으로 옮기자 커다란 소리를 내며 망치질이 시작됐다.

단조 작업을 마치면 원자력공장에서는 원자로, 증기발생기, 가압기, 냉각제 펌프 등이 만들어진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에 있는 원자력공장은 최근 주목을 받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전문적으로 생산할 글로벌 파운드리(생산 전문회사) 핵심이다.

원통 형태인 원자로와 증기발생기는 언뜻 보면 미사일이나 대형 우주선 같이 보인다. 한국 표준형 원자로인 APR1400은 높이 14.8m, 직경 5.5m, 무게 533t에 이른다. 이 원자로는 핵연료봉에서 나온 에너지를 통해 1400메가와트(㎿)급 전력을 생산하는 원전에 들어간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 있는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 풍력2공장[사진=두산에너빌리티]


이어 둘러본 터빈공장에서는 발전용 원자력 터빈과 가스 터빈이 생산된다. 터빈은 핵연료 또는 액화천연가스(LNG) 등으로 물을 끓여 발생시킨 고온·고압 증기로 회전하는 장치다. 이때 발생한 회전력으로 전기를 만들어 낸다.

오는 2032년과 2033년 각각 완공되는 신한울 3·4호기에는 두산에너빌리티가 만든 원자로, 증기발생기, 터빈발전기가 들어갈 예정이다. 금액으로는 2조9000억원에 이르며 작업에 참여하는 협력사만 460여곳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가공, 제관 제작, 열처리 등 2200억원 규모 발주를 진행하고 있다.

붕괴 위기에 내몰린 원전 생태계가 다시 활력을 되찾으려면 더 많은 수주가 이뤄져야 한다.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제작 착수는 해외에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 정부·기업이 뭉친 '팀 코리아'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신재생에너지 일종인 해상풍력 분야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2005년부터 2000억원을 투자해 풍력발전기 제작에 필요한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성과도 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한 풍력발전기는 한국처럼 국토가 좁고 풍속과 풍향이 일정하지 않아 풍력 발전이 어려운 지역에 최적화됐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다"며 "수주가 활발히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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