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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르포] 최고(最古) 기업 두산, '127년' 일대기를 담다

고은서 수습기자 2023-04-03 17:29:32

경기 성남 '두산 헤리티지 1896' 가보니

628㎡·8개 전시관에 127년 역사 한눈에

'뿌리 깊은 나무' 두산, 이야깃거리 '풍성'

두산그룹이 지난달 2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두산타워에 조성한 '두산 헤리티지 1896' 내부[사진=고은서 수습기자]

[이코노믹데일리] "두산(斗山), 한 말 한 말 차근차근 쉬지 않고 쌓아 올려 산같이"

1896년 박승직 상점으로 시작한 두산은 한 세기하고도 27년을 이어오며 국내 최고(最古) 기업이라는 영예를 안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달 2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두산타워에 조성한 '두산 헤리티지 1896'에 127년 역사를 담아냈다.

3일 오후 두산타워 4층 '두산 헤리티지 1896'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무엇인가에 압도당하는 기분을 느꼈다. 최신식 건물에 자리 잡은 628㎡(190평)짜리 역사관은 마치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눈앞에 펼쳐놓은 듯했다. 이곳은 평소 박물관을 즐겨 찾지 않는 기자에게도 매력적인 공간으로 다가왔다.

8개 전시관으로 구성된 두산 헤리티지 1896에는 '뿌리 깊은 나무'인 두산가(家)의 일대기가 담겨 있었다. 두산의 전신인 '박승직 상점' 시절 사료가 전시돼 있었다. 박승직 상점은 박승직 두산 창업주가 1896년 서울 종로 배오개에 터를 잡고 조선, 중국, 일본 등에서 생산된 포목을 취급했던 가게다.

전시관에서는 두산이 1925년 주식회사로 개편했을 때 지류형태로 발급했던 주식증권, 통장, 직원 명부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박승직 상점에서는 '사람 중심의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출근부, 상여금 제도, 회계 처리, 복지 정책 등 시대를 앞선 제도를 도입했다. 설명란 한 켠에는 국내 최초로 직원 명부를 만들었다고 적혀 있었다.

헤리티지 1896에서는 두산의 사업 다변화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두산은 광복 이후 동양맥주 주식회사를 창설하면서 유통업에서 제조업으로 전환했다. 건설, 기계, 유리, 식음료, 광고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그룹 성장의 초석을 다졌다.
 

두산식품㈜에서 한정판으로 제작한 코카콜라 100주년 기념 콜라와 1982년 출시된 대용량 코카콜라 병[사진=고은서 수습기자]


1990년대 중후반 주력으로 밀었던 주류 사업과 두산이 각종 해외 브랜드와 협업했던 제품도 선보였다. 두산식품㈜에서 한정판으로 제작한 코카콜라 100주년 기념 콜라는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코카콜라를 시작으로 코닥, 3M, KFC, POLO 등 유명 해외 브랜드와 제휴를 맺었던 제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그간 쌓아온 노하우와 비즈니스 역량을 기반으로 중공업, 에너지 사업으로 진출한 두산의 면모도 드러났다. 전시관 벽면 한 쪽에는 시대별 주요 계열사 변화도 볼 수 있었다. 원전, 수소연료전지 등 두산의 기술 경쟁력이 녹아 있었다.
 

전시관 한 켠에 두산 초대회장인 연강 박두병 회장에 관한 기록이 보관된 기획전시실이 마련됐다.[사진=고은서 수습기자]


출구로 나가는 길목에는 두산그룹 초대 회장인 연강 박두병 회장에 관한 기록이 보관된 기획전시실도 마련됐다. 박두병 회장은 1952년 동양 맥주 회사에 이어 두산산업, 동산토건, 두산기계 등을 설립하며 두산그룹의 터전을 닦은 장본인이다.

벽면 전체를 채운 대형 화면에서 박두병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 영상이 흘러 나왔다. 영상을 보니 인간으로서, 상인으로서, 그리고 기업인으로서 그가 두산과 걸어온 길을 발자취 따라 함께 걷는 느낌이었다. 박두병 회장은 불철주야 두산을 이끌다 대한상공회의소, 아시아상공회의소연합회 회장을 역임했다. 
 

연강 박두병 회장이 업무에 사용하던 물품들이 전시돼 있다.[사진=고은서 수습기자]


나가려다 보니 화면을 둘러싼 기록 사진전 벽면에 박두병 회장의 어록이 눈에 들어와 발걸음을 멈췄다. 타계 한 달 전 박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8대 회장 취임식에서 한 말이다. 

"내일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여러분의 기업과 우리나라 상공업계의 발전을 위해 헌신할 것을 굳게 다짐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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