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재계가 근로자의 연차휴가 사용을 촉진하고 국내 여행을 장려해 달라고 회원사에 권고했다. 고물가에 따라 소비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내수 활성화에 동참한다는 취지로 최근 근로시간제 개편 논란으로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 보인 행보여서 눈길을 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3일 '내수 활성화를 위한 경영계 권고'를 발표하고 관련 내용을 회원사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경총은 "내수를 촉진해 경제 전반에 활력을 높여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경총이 회원사에 내수 활성화 권고문을 보낸 건 2017년 이후 6년 만이다.
경총은 우선 근로자들이 연차휴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오는 6월 6일 현충일과 8월 15일 광복절, 10월 3일 개천절이 각각 화요일로 징검다리 휴일이어서 전날 연차 사용을 권장하라고 당부했다. 현충일과 광복절에 맞춰 연차를 사용하면 4일간, 개천절에는 추석 연휴(9월 28~30일)를 합쳐 총 6일간 쉴 수 있다.
권고문에는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조성하도록 노력하고 불필요한 초과근무를 최소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지역 축제를 사내에 홍보해 연차휴가 활용이 국내 여행 활성화와 지역 소비 증대로 이어지도록 지원한다는 문구도 들어갔다.
이밖에 경총은 기업 연수와 교육, 워크숍, 세미나 등 각종 행사를 국내에서 개최하고 기업 여건에 따라 여름휴가와 명절 연휴에 국내 관광·숙박 상품권을 지급해 국내 여행이 활성화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노사 협의를 거쳐 휴가비 일부를 상품권이나 현물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도 권고문에 포함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지난달 31일 회원사에 공문을 보내 내수 진작과 지역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해 임직원 연차휴가 사용을 촉진했다. 전경련은 명절 선물이나 각종 기념품으로 국산 농산물을 보내자고도 권장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이번 권고는 정부의 내수 활성화 대책에 대한 입장문에서 '연차휴가 사용 촉진 분위기 조성을 통해 대책이 산업 현장에 확산해 좋은 효과를 거두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후속 조치"라며 "내수 진작에 기업이 동참하도록 다양한 방안을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총 600억원 상당 여행비와 휴가비를 지원하고 국내 관광 상품과 연계해 KTX 승차권을 최대 50% 할인하는 등 방안이 담긴 내수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같은 달 8일 주 52시간인 근로시간 상한을 노사 합의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개편안을 발표했다가 여론 악화로 10여 일 만에 보완 작업에 들어갔다. 업무가 몰리는 시기에 집중해서 일한다는 취지지만 일주일에 최장 80.5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하다는 극단적인 계산법까지 나오면서 윤 대통령은 "주 60시간 이상 근무는 무리"라며 재검토를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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