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인공지능(AI) 채팅 로봇 ‘챗(Chat)GPT’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유통 업계도 AI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간 일반적으로 활용된 AI 기술이 정해진 질문·답변 시나리오대로 작동하는 ‘고객 상담용 챗봇’이었다면, 최근에는 마케팅 문구 제작부터 개인화 추천 서비스, 결제 방식 등 활용 사례가 다양해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부터 식음료 기업까지 다양한 곳에서 AI 기술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물류 및 배송 시스템을 비롯해 각종 마케팅에도 AI 이용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일 광고 카피, 판촉행사 소개문 등 마케팅 문구 제작에 특화된 초대규모 AI 카피라이팅 시스템 ‘루이스’를 도입했다. 기본 엔진은 네이버의 AI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를 사용했다. 마케팅 글쓰기에 최적화된 AI 시스템을 실무에 투입하는 건 현대백화점이 처음이다.
루이스는 현대백화점이 최근 3년간 사용한 광고 카피, 판촉 행사에서 쓴 문구 등에서 고객 호응을 얻었던 데이터 1만여건을 집중적으로 학습했다. 현대백화점이 추구하는 감성과 고급 언어, 세련된 뉘앙스 등에 가장 부합하는 문구 특징을 익히기 위해서다.
현대백화점의 마케팅에 특화된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그룹 내 정보기술(IT) 기업 현대IT&E가 루이스를 직접 개발했으며, 3년 치 데이터를 추가 학습 시키는 고도화 작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루이스 도입으로 외부 전문 카피라이터와 소통하고 1차 카피를 도출하는 데 통상 2주 가량 걸리던 업무 시간을 평균 3~4시간으로 단축 시켰다. 담당 카피라이터의 회사에 대한 이해도 등 변수가 없어 추가적인 소통을 하지 않아도 루이스가 현대백화점 특유의 감성과 문체를 고려한 카피를 즉각 생성하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향후 배너 광고, 상품 소개 페이지 등 마케팅 문구 생성에 최적화된 이커머스 버전을 추가 개발해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커머스의 상품 추천 서비스도 진화하고 있다. G마켓은 모바일 앱 전면에 AI 기반 초개인화 서비스를 탑재했다. 개별 고객의 최근 행동 패턴을 기반으로 모바일 홈이 구성되기 때문에 노출되는 화면이 사용자마다 다르다.
가장 큰 변화는 홈 정면에 노출되는 데일리 특가딜, 슈퍼딜의 정렬이다.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고객이 최근 구입하거나 구경한 상품들, 검색 빈도, 특정 상품 페이지 체류 시간 등을 분석해 개인에게 고도화된 맞춤형 상품을 제공한다.
슈퍼딜은 상품별 할인 혜택도 함께 노출해 최소한의 터치 만으로 모든 혜택을 경험할 수 있도록 UX(사용자환경)도 간소화했다. 해당 서비스는 현재 베타 버전 운영 중으로 연내 전체 고객 대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식음료 업계에서도 AI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SPC그룹의 토탈 마케팅 솔루션 계열사 섹타나인은 국내 식음료업계 최초로 ‘AI 스캐너’ 서비스를 자체 개발, 사용처를 확대하고 있다.
AI 스캐너는 딥러닝(심층학습) 기반의 객체 인식 AI 기술을 활용한 제품인식 스캐너다. 제품을 사진 형태로 촬영해 서버와 주고 받는 기존 스캐너들과 달리 영상 카메라를 활용해 고객이 선택한 상품의 특징을 즉각 추출하고 이를 미리 학습된 데이터와 매칭해 가격을 도출한다.
이에 따라 매장 직원이 따로 바코드를 찍을 필요 없이 상품을 계산대 위에 올려두기만 하면 1초 전후의 스캔만으로 제품을 인식해 빠르게 결제한다.
섹타나인은 지난 2019년부터 파리바게뜨, 패션5, 파리크라상 등 SPC 계열 브랜드 매장에 AI 스캐너를 운영 중이다. 올해 상반기 중 일부 파리바게뜨 가맹점에 AI 스캐너를 무상 공급해 테스트 한 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 외부로도 공급을 확대해 최근 아티제(artisee) 점포 5곳에서 AI 스캐너를 우선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향후 80여개 전 매장으로 도입 확대를 논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결제, 초개인화 마케팅 서비스 등 AI·빅데이터의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며 “디지털 경쟁력을 확대하고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유통기업들의 AI에 대한 투자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