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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취임 초부터 퇴진 압박...포스코 최정우, 남은 1년도 버티기 모드?

성상영 기자 2023-02-21 12:00:00

취임 초부터 '퇴진' 목소리, 거취 두고 소문 무성

지주사 본사 둘러싸고 포항시와 갈등 '점입가경'

최정우 회장 리더십 '흔들'…3월 주총 결과 관심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취임 후 주요 사건·사고[그래픽=이코노믹데일리]


[이코노믹데일리]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거취를 둘러싸고 여러 말이 나온다. 그룹 안팎에서 퇴진 압박을 받아 왔지만 아직은 1년 남짓 남은 두 번째 임기를 마저 채우려는 기세다. 재계 순위 6위 포스코는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온전한 민간기업으로 외형을 갖추고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20일 현재 포스코 최정우호(號)가 맞닥뜨린 가장 큰 사안은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 본사 소재지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본사 이전 계획을 포함한 주총 안건을 심의했다. 주총을 한 달 앞둔 지난 16일 열린 이사회에서 정기 주주총회 안건을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다 4일 만에 다시 논의에 들어갔다.

회사 측과 포항 지역사회는 지주사 본사 소재지를 서울과 경북 포항 중 어느 곳에 둘지를 놓고 대립해 왔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포스코홀딩스 본사를 서울에 두려고 했으나 포항시와 포항시민으로부터 반발을 샀다. 본사를 포항으로 옮기기로 시와 합의했으나 정관상 소재지는 포항에 두고 일부 인력과 조직은 서울에 남는다.

포항 지역사회에서는 최 회장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포항시민 그 누구도 '본사는 포항시에 둔다'는 말이 '정관상 본사는 포항시이지만 인력과 조직은 서울사무소에 그대로 둔다'는 뜻이 될지 예상치 못했다. 포항시 입장에서는 포스코홀딩스가 주민등록지만 포항에 옮긴 채 몸뚱이는 서울에 있는 '위장전입'이다.

◆최 회장, '마이웨이' 고집하다 5년 내내 사퇴 요구 시달려

포스코홀딩스 본사 소재지 문제는 어떻게든 매듭을 짓겠으나 파문은 이어질 전망이다. 포스코그룹으로서는 대관 업무나 대외 홍보 등 업무를 할 필수 인력은 서울에 남겨둬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포항시민을 중심으로 주총장 앞에서 대규모 집단행동에 나서거나 주주들이 반대표를 던지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어느 쪽이든 최 회장은 논란이 예견된 사안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지역사회 여론을 설득하지 못했고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최 회장의 '마이웨이' 행보는 취임 초기부터 숱한 시비를 낳았다. 2018년 3월 포스코그룹 회장에 선임된 이후 5년 내내 노사관계, 산업재해, 사내 성추행 등 직원 일탈, 개인 비위로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 최 회장은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문제를 회피하거나 외면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남은 1년 임기, 중도 하차 쉽지 않아…'버티기' 결과 주목

최 회장은 내년 3월 두 번째 임기 만료를 앞뒀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교체론이 떠오르면서 3연임은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통상 후임자가 임기 만료 직전 연도 말에 결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남은 임기 1년 중 절반은 레임덕(권력 누수)에 시달릴 공산이 크다.

여태껏 연임에 성공한 포스코그룹 회장 중에 두 번째 임기를 모두 채운 사람은 없다. 포스코그룹은 설립자인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부터 최정우 회장 전임자인 권오준 회장까지 수장 8명이 중도 퇴진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는 포스코가 2000년대 들어서야 민영화되면서 정권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박태준 명예회장은 김영삼 정부와 불화를 겪었고 김만제 전 회장(1994년 3월~1998년 3월 재임)과 유상부 전 회장(1998년 3월~2003년 3월)은 각각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준양 전 회장(2009년 1월~2014년 3월)과 권오준 전 회장(2014년 3월~2018년 7월)도 '정권 교체 후 회장 교체' 공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현재로서는 최 회장이 스스로 용퇴를 결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최 회장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때는 2021년 3월로 이듬해인 2022년 3월 대선이 치러졌다. 여야 간 공수 교대가 이뤄지면서 곧 회장이 바뀌지 않겠느냐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현재까지 최 회장은 스스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실제 최 회장이 최근 보인 행보는 '중도 사퇴는 없다'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지난해 말 2023년도 정기 임원 인사를 주도하며 포스코홀딩스와 주요 계열사 임원진을 대거 교체했다. 지주사만 놓고 봐도 경영전략팀장에 정기섭 사장, 재무팀장에 김승준 전무, 커뮤니케이션팀장에 양원준 부사장 등 회장 오른팔 역할을 맡을 인물이 모조리 물갈이됐다. 만약 최 회장이 용퇴를 염두에 뒀다면 생각하기 어려웠을 일이다.

민영기업 포스코그룹 경영에 정부나 정치권 입김이 작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최 회장은 지난해 태풍 '힌남노' 피해 대비와 복구, 포스코홀딩스 본사 이전 문제로 리더십에 흠집이 났다. 포스코그룹은 총수 없는 대기업이지만 주인 없는 회사는 아니다. 다음달 주총을 앞두고 주주들이 어떤 목소리를 낼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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