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국회에 발의된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달 말에야 통과됐다. 시간만 끌다 해를 넘길 뻔했다.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기업 기준 8%까지 세액 공제해 주기로 했는데 여당인 국민의힘이 제시한 20%보다 크게 후퇴하고 말았다. 때가 늦은 것도 모자라 내용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부랴부랴 대·중견기업은 15%, 중소기업은 25%로 세액공제율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올해에 한해 투자 증가분에 더해지는 공제율을 포함하면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25%, 중소기업은 35%까지 늘어난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삼성전자는 4조7000억원을, SK하이닉스는 1조1000억원을 각각 감면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재벌 특혜'라며 10% 안을 고수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발표가 나오자 또 다시 비판에 나섰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과 일주일 만에 대통령 말 한마디로 국가 중요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바뀐다"며 날을 세웠다. 정부와 정치권이 힘을 합쳐도 모자란데 여전히 거대 야당은 기업 발목을 잡는다.
정작 기획재정부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는 국가 안보 자산이자 산업 핵심"이라고 강조한 것과는 다르다. 조특법 개정 당시 기재부는 세수 감소가 우려된다며 민주당 안보다도 낮은 8%를 제시했다. 기존(6%)보다 겨우 2%포인트(P) 높다. 누구를 막론하고 조급함이 없어 보인다.
추가 세제지원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또 얼마나 걸릴지 의문이다. 국회가 시간 끌기에 일가견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정부는 처음부터 세액공제율을 높게 추진했어야 한다. 정부 기조는 세금 부담을 줄여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것인데 산업 지원에는 인색하다.
반도체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적절한 투자 시기를 놓치면 주도권을 뺏긴다. 미국은 25% 세액공제는 물론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약 66조원)를 지원한다. 파운드리(위탁 생산 전문) 강국인 대만은 정부가 직접 160조원을 들여 반도체 공장 20곳을 건설 중이다. 대만의 세액공제율도 25%다. 정치권은 이미 숱하게 언급된 얘기를 보며 무엇을 느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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