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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단독] 금감원, 손보사 '갑질 횡포' 현장 조사…깜깜이 손해사정 공개안 구상

신병근 기자 2022-10-25 05:00:00

본지 보도 후 국감 지적…청구-지급액差 확연

쟁점은 수리비 사유 비공개…공식 안건 상정

금감원 "직접 분쟁 확인, 국토부와 긴밀 협조"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금융당국이 대형 손해보험사의 일방적 자동차보험 수가(酬價) 후려치기 관행 등 갑질 횡포를 뿌리 뽑기 위한 현장 점검에 착수했다.

본지 연속 보도 이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자 금융감독원이 손보사-정비업체 분쟁 현황을 전수 조사한 데 이어 업계 최대 쟁점인 수리비 손해사정 내역(명세) 비공개 관례를 깰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 기사 : 9월 27일자 [단독] 손보사 횡포에 정비업계 "살려달라"...공임비 '후려치기' 외]

24일 국회 정무위가 금융위원회, 금감원을 상대로 종합감사를 벌인 가운데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질의 답변서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자동차 정비업체가 손보사에 청구한 수리비 금액과 실제 지급받은 금액 차이가 10% 이상인 사례는 13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손보사 전횡에 못 이겨 계란으로 바위 치기식 소송을 불사하며 분쟁 중인 정비업체도 100개에 달한다. 손보사와 정비업계 간 해묵은 갈등이 십수년째 이어지면서 터질 게 터졌다는 여론 속에 이번 조사는 금융감독 당국 주관으로 올해 들어 최초로 시행됐다.

금감원은 우선 분쟁 현황을 살피고 업계 이견과 입장을 직접 확인한다는 차원에서 지난 21일 경기 김포시 소재 한 정비업체를 방문했다. 

빅4 손보사 중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담당자와 손해보험협회, 경기도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날 자리에서 금감원 측은 손보사가 수리비 지급 전 손해사정 명세를 알려주지 않는 관행이 갈등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손해사정은 차 사고에 따른 손해액과 보상금 지급 여부 등을 조사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손보사 측이 정비업체에 손해사정 명세를 공개하지 않는 실정은 수년째 굳어진 상태다. 차량 정비 수가를 지급하는 주체로서 손보사는 수가를 정하는 시간당 공임(工賃)을 영업 생리상 깎아야만 하고, 손해사정 내용을 밝힐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면서다.

이에 따라 일방적 수가를 통보받아야 하는 정비업계는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위 역시 보험업감독규정(제9, 20조)에 근거한 유권해석에서 정비업체를 보험금청구권자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손보사는 정비업체 측에 손해사정 내역을 교부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해 왔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금감원은 현행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자배법·제15조의2)에서 명시한 정부-업계 간 협의기구인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이하 협의회) 내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도록 공식 안건으로 상정할 방침이다.

금감원 측은 "이번 현장 면담에서 청취한 정비업계 애로사항 등에 관해 국토부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할 것"이라며 "정비업체 청구 명세에 대한 손보사 측 손해사정 사유를 통지하는 등 건설적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금감원이 업계 마찰을 줄일 매개체로 협의회를 지목한 이유는 정비수가(요금) 인상률을 협의회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취재 결과 자배법을 관장하는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소속된 협의회는 최근 발족 3년 만에야 정비요금 산정 공식을 낼 연구용역에 나설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또 정비수가를 둘러싼 손보사-정비업계 분쟁에 직접 간여하기 어려운 측면도 부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비업체는 보험금 수령권자가 아니라 정비요금 청구권을 보유한 채권자"라면서 "보험사(손보사)와 정비업체 간 분쟁은 사적 계약 관계에 해당하므로 당국이 나서기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이복현 금감원장은 반드시 자동차 정비업체-손보사 간 분쟁 현황 및 문제점에 대한 현장 확인을 해야 한다"며 "(이번 조사가) 보여주기식에 그치지 말고 양측 주장을 균형 있게 청취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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