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산업

한화의 '삼성테크윈 악몽'…노조에 인수전 참여 '길' 열어줄까

성상영 기자 2022-10-06 00:00:00

금속노조 "대우조선 한화에 매각은 졸속" 비판

한화, 삼성테크윈 인수 당시 노조와 갈등 겪어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지도부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서자 노동계가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일방적으로 매각을 추진할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을 배제하고 있다는 이유다.

5일 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는 한화그룹으로의 인수와 관련한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금속노조 거제고성통영 조선하청지회(하청노조)가 장기간 직장 점거 파업을 벌인 여파가 아직 이어지는 와중에 갈등의 불씨가 더해진 셈이다.

앞서 금속노조는 대우조선해양 매각 발표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졸속"이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했다. 금속노조는 "대우조선해양은 정치인과 관료가 졸속으로 팔아서는 안 되는 기업"이라며 "정부와 산업은행이 매각을 서두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난의 화살은 인수협상자인 한화로도 향했다. 금속노조는 "군사 작전하듯 정권과 물밑 협상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차지할 게 아니라 왜 자신들이 적임자인지 밝혀야 한다"며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을 온전하고도 건실하게 경영하겠다는 약속을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특히 "한화는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함께 하청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모두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하청노조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을 한화가 온전히 떠안아야 한다고 주장한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조 파업으로 80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했다고 추산했다. 회사는 파업 종료 이후 피해 규모를 다시 산정해 노조 측에 총 47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한화 역시 과거 인수합병(M&A)을 진행하며 노조와 적잖은 갈등을 경험해 긴장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화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삼성 방산 계열사인 삼성테크윈(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노조와 마찰을 겪었다.

지난 2014년 11월 삼성테크윈이 한화에 매각된다는 발표가 나오자 그해 12월 금속노조 산하 지회가 설립됐다. 이와 거의 같은 시점에 기업별 노조가 만들어졌다. 한 사업장에 2개나 되는 노조가 동시에 생기면서 '노노(勞勞) 갈등'을 빚는 양상까지 보였다.

매각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 금속노조는 "한화그룹이 노조 파괴를 일삼았다"며 회사 측을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한화그룹이 조직적으로 기업별 노조 설립에 개입하며 금속노조 와해를 유도했다는 이유였다. 법정까지 이어진 싸움에서 법원은 1심 판결을 통해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회사는 즉각 항소했다.

노사관계만 놓고 본다면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금속노조 지회가 교섭 대표 노조다. 하청노조 파업을 계기로 노조 내부에서도 금속노조를 탈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노조 집행부는 완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노조와 상생하겠다"면서도 M&A와 관련한 논의에 노조를 포함시킬지는 명확히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한화는 "노조와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신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0개의 댓글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