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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최종현 SK 선대회장 24주기..."ESG DNA 계승한다"

문은주 기자 2022-08-26 09:20:11
26일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서거 24주기를 맞은 가운데 SK그룹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림 사업과 인재 양성에 집중하는 등 ESG 경영의 포문을 연 선대회장의 유지를 이어받겠다는 것이다.

◆최종현 선대회장, 50년 전부터 환경·사회 중심 경영 시작

선대회장은 일찌감치 산림과 인재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숲과 인재 양성에 주력했다. 1972년 서해개발주식회사를(현 SK임업) 설립한 뒤 천안 광덕산, 충주 인등산, 영동 시항산 등을 사들여 국내 최초로 기업형 조림 사업을 시작했다.

임야 매입을 부동산 투자로 바라보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수도권에서 거리가 먼 지방의 황무지를 사들였고 자작나무 등 고급 활엽수를 심어 산림녹화에 나섰다. 이런 노력으로 50년 전 민둥산은 4500ha 걸쳐 400만 그루의 나무가 심어진 울창한 숲으로 변신했다. 선대회장이 조성한 숲은 서울 남산의 40배 크기에 달한다.

 

1973년 2월, 최종현 선대회장의 '나무를 키우듯 인재를 키운다'는 철학에 따라 후원한 '장학퀴즈'가 첫 방송됐다. '장학퀴즈'는 최태원 SK 회장의 대(代)를 이은 후원으로 현재까지 49년째 이어지는 SK의 대표적인 장학사업이다. [사진=SK]


또 자원이 부족한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조림에서 발생한 수익을 장학 사업에 사용키로 했다. 일단 나무를 키워 현금화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 선대회장은 우선 사재 5540만원을 출연해 1974년 11월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다.

재단 설립 뒤에는 ‘세계 수준의 학자 양성’이라는 목표 아래 매년 유학생을 선발, 해외로 보냈고 학비와 생활비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학위 취득시 SK 근무와 같은 일체의 조건도 달지 않았다. 1974년부터 시작된 고등교육재단 장학사업은 IMF와 세계금융위기 등 극심한 경제위기에도 계속됐고 현재까지 장학생 4000여 명과 박사 820여 명을 배출한 ‘인재의 요람’으로 성장했다.

1970년대 일요일 아침을 깨웠던 장학퀴즈도 SK의 대표적 인재양성 프로그램이다. 선대회장은 1973년 장학퀴즈가 광고주를 찾지 못해 폐지 위기에 처하자 “청소년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이라면 단 한 명이 보더라도 조건 없이 지원하겠다”며 단독 광고주로 나선 이후 2300여 회가 방영된 현재까지 50년 가량 후원하고 있다.

◆국내 최초 경영시스템 정립...현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진화

선대회장은 국내 최초로 체계화된 경영시스템을 도입, 지배구조 선진화를 꾀했다. 기업이 대형화·세계화됨에 따라 주먹구구식 경영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1979년 SK경영관리시스템(SKMS)을 정립한 것이다. 

SKMS는 SK의 경영철학과 목표, 경영방법론을 통일되게 정의하고 업무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2020년 2월까지 경영 환경과 사회적 요구에 맞춰 14차례 개정을 거쳤다.
 

1982년 1월,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신입사원 연수교육 과정에 참석, SKMS를 주제로 특강을 펼치고 있다. [사진=SK]


선대회장의 아들인 최태원 SK 회장은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의 장기적 신뢰를 이끌어 내기 위한 방법론으로 거버넌스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를 위해 이사회 중심 경영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최 회장은 SK의 이사회가 최고경영자(CEO)를 평가·보상하고,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하거나 중장기 성장전략을 검토하는 실질적 권한을 부여했다. 또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에게 맡기는 등 내용과 형식면에서 외부인사가 중심이 된 이사회 경영을 펼치고 있다.

또 최 회장은 ESG를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원을 삼고 경영체질의 혁신을 꾀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2050년까지 사용전력의 100%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RE100에 국내 기업 최초로 가입한 데 이어 △넷제로 조기 달성 △수소사업추진단 조직 △2030년 기준 전세계 탄소감축 목표량(210억톤)의 1% 감축 등의 실천 목표를 구체화했다. 
 

SK가 넷제로 조기 달성 의지를 담아 지난 6월 충주 인등산에 개관한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 전시관에 설치된 생명의 나무. 생명의 나무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상징하는 조형물이다. [사진=SK]


한편 최종현 SK 선대회장은 1962년 선경직물 부사장으로 SK에 합류한 뒤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고 CDMA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대한민국의 성장 기반을 닦았다. 1998년 8월 자택에서 폐암으로 별세했다.

평소 무덤으로 좁은 국토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했던 선대회장은 임종을 앞두고 "내가 죽으면 화장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 SK가 장례문화 개선에 앞장서 달라”는 유언을 통해 장묘 문화 개선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선대회장은 회장으로 장례를 치렀고 SK는 2010년 1월 500억원을 들여 충남 연기군 세종시에 장례시설인 ‘은하수 공원’을 조성해 기부했다. 선대회장 유언을 계기로 화장률이 1998년 27%에서 10년 뒤 62%, 최근에는 90%로 상승했고 화장시설 공급난이 해소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SK 관계자는 “선대회장은 기업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이라는 신념으로 산림과 인재를 육성해 사회와 국가의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을 이어받아 ESG 경영을 더욱 고도화해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더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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