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기업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 인수 무산 가능성이 제기됐다. 쌍용차 상거래 채권단이 쌍용차로부터 회생채권 현금 변제율이 6%라는 통보를 받고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KG그룹 측은 "인수 무산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인수자로 결정된 KG그룹은 3355억 원을 투입해 금융권 채무와 미납 세금을 우선 상환하고 나머지 금액으로 회생채권을 갚겠다는 계획으로 회생채권 중 6%를 현금으로 변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회생채권의 상당 규모는 쌍용차가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가기 이전에 부품 협력사로부터 제품을 공급받고도 지급하지 못한 대금이다. 다시 말해 부품사에 진 빚인 셈이다.
KG그룹은 6%를 현금 변제하고 나머지 30%는 부채를 주식(출자 전환)으로 갚겠다는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상거래 채권단, 턱없이 낮은 현금 변제율에 반발...대통령실에 탄원서 제출
쌍용차 상거래 채권단은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쌍용차 협력업체로 구성된 상거래 채권단은 그간 쌍용차에 부품 등을 납품했다. 그러나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비용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KG그룹이 쌍용차 인수자로 결정돼 3355억 원의 인수대금을 먼저 내기로 했지만, 법적 순서상 상거래 채권단은 산업은행(회생담보 채권), 정부(조세채권) 다음 순으로 받게 된다. 그 결과 쌍용차가 상거래 채권단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은 약 300억 원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쌍용차 상거래 채권단 측은 "회생채권을 전부 변제받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상황은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쌍용차 인수를 기다리며 자금난을 견뎠는데 돌아오는 돈이 턱없이 적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쌍용차 상거래 채권단은 변제율이 지금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 돼야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0여 년 전 인도의 마힌드라&마힌드라구룹이 쌍용차를 인수할 당시에도 회생채권 변제율은 50% 수준이었다.
영세한 부품사들은 낮은 변제율이 확정되면 도산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쌍용차 부품 협력사들에 대해 만기가 도래하는 어음에 대한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 등 금융 지원 방안을 마련했지만 최근 금리 급상승으로 상환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결국 쌍용차 상거래 채권단은 지난 26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 '쌍용차의 성공적 인수·합병(M&A) 완수를 위한 상거래 채권단 청원' 제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채권단은 탄원서에서 "인수 예정자로 선정된 KG컨소시엄이 제시한 회생채권에 대한 현금 변제율 6% 및 출자 전환을 통한 주식 변제율 30%는 중소 협력사가 감내하기 힘든 수치"라며 "지난번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제시했던 1.75% 변제율보다는 다소 높아졌지만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또 "상거래 채권단 밑으로는 50명 이하 소규모 2·3차 협력사 약 1000여 개가 있다"며 "상거래 채권단 협력사들은 상식을 벗어난 낮은 변제율로 인해 대출금 상환과 이자 부담에 따른 연쇄 도산을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채권단은 "6500여 억 원의 상거래 채권 금액이 동결돼 16만여 명(협력사 직원)의 고용과 생계가 위협받는 최악의 경영 환경에서도 협력사들은 연쇄 부도를 스스로 막아왔다"며 "오직 쌍용차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기를 희망하면서 묵묵히 자재를 납품했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끝으로 "낮은 변제율로 쌍용차 재매각의 기회가 불발돼 파국으로 가는 사태가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며 "대통령이 산업은행 이자 195억 원과 세무 당국의 가산금 35억 원 탕감이라는 정책적 결정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수 무산' 걱정할 필요 없다는 KG그룹..."좋은 방향으로 결론날 것"
KG그룹은 쌍용차 상거래 채권단의 반발에도 최종 인수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쌍용차의 부실이 더 커진 상황에서 이번 인수전까지 파국을 맞을 경우 쌍용차는 '청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방법이 없다.
KG그룹이 올해 초 쌍용차 인수에 실패한 에디슨모터스와 달리 자금력이 탄탄하다는 점 또한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G그룹 지주회사인 KG케미칼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636억 원, 유동자산은 1조8855억 원이다. 지난해 매출 4조9315억 원, 영업이익 4617억 원을 기록하며 실적도 긍정적이다. KG ETS 매각 대금 5000억 원이 하반기(7~12월) 중 납입되면 현금 자산은 더 불어날 전망이다.
즉, 적어도 돈이 없어 최종 인수가 불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변제율 말고도 상거래 채권단과 협상할 카드가 많기 때문이다.
KG그룹의 수장인 곽재선 회장이 쌍용차 인수에 적극적인 점도 최종 인수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는 대목이다.
곽 회장은 지난 5일 인천 중구 네스트호텔에서 열린 쌍용차 '토레스' 미디어 쇼케이스에 직접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그는 이날 인사말을 통해 "오늘 같이 가슴 설레고 뜨거운 날이 없었다"며 "이번 쌍용차 인수에 참여하게 된 마음가짐은 사명감을 뛰어넘는 소명감"이라고 인수 소감을 밝혔다.
또 "아마 쌍용차가 제 인생 마지막 어려움을 겪는 경영자의 시간이 될 것 같다"며 "그렇지만 지금까지 잘해왔듯이 쌍용차도 반드시 멋진 회사로 다시 태어날 것을 어러분께 약속드린다. 쌍용차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세상에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곽 회장은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쌍용차 구조조정 여부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다"며 "제가 쌍용차 회장으로 취직한 것으로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쌍용차 상거래 채권단의 동의 여부에 대해서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KG그룹 전체를 봐도 이번 쌍용차 인수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중대한 과제다. '중견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낼 절호의 찬스이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KG그룹이 쌍용차 최종 인수를 성사시킨다면 명실상부한 대기업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정자산(5조3460억 원)을 기준으로 보면 KG그룹은 현재 재계 순위 71위다. 쌍용차를 KG그룹이 실제로 인수하고 쌍용차 자산(1조8630억 원)을 그대로 공정자산으로 인정받으면 KG그룹의 재계 순위는 57위로 14계단 상승한다.
KG그룹이 최종 인수 이후 수년 내 쌍용차를 정상화할 경우 KG그룹의 재계 순위가 어디까지 올라갈지는 예측 불가다. 재계 관계자는 "KG그룹이 쌍용차 인수 후 부활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30대 대기업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KG그룹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현재 회생계획안을 마련 중"이라며 "쌍용차도, 우리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양쪽이 좋은 방향으로 협상하고 있다. 항간에서 제기되는 인수 무산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쌍용차는 지난 26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채권 변제율이 담긴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다음달 28일 열리는 관계인 집회에서 회생계획안에 대해 회생담보권자의 4분의 3, 회생채권자의 3분의 2, 주주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법원의 최종 인가를 받을 수 있다. 쌍용차의 회생계획안 가결 마지노선은 10월 15일로 3개월 남았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는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중요한 자산"이라며 "청산은 있을 수 없다. KG그룹이 끝까지 쌍용차 상거래 채권단과 잘 협의해서 최종 인수를 성사시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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