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주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18일 귀국했다.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인수합병(M&A) 등 조만간 유의미한 계획이 나올지 주목된다.
이날 오전 9시 40분께 김포공항에 도착한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ASML과 반도체연구소에서 차세대,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되는지 등을 느낄 수 있었다"라면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ASML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반도체 장비 업체다. EUV 장비는 반도체 미세공정의 필수 장치다. 더 세밀한 반도체 회로를 이용해 반도체 칩을 더 작게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초미세공정 등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반도체 성장 전략에 필수적인 장비다.
이 부회장이 이번 유럽 출장의 첫 번째 국가로 네덜란드를 점찍은 것도 EUV 노광 장비 확보전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EUV 장비 수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와 인텔 등도 EUV 장비 확보 경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지난 7일 출국한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와 헝가리,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를 순방했다. 직접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관련 분야 파트너들을 만나면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M&A 등 실질적인 결과물이 나올지 주목되는 이유다.
이 부회장이 해외 출장에 나선 것은 약 6개월 만이다. 지난해 8월 가석방된 이 부회장은 같은 해 11월 미국 출장에 나선 데 이어 12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로 중동 출장을 다녀왔다. 지난 5월에는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에서 반도체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2년 넘게 이어지던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외국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는 총수들도 많아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9일부터 나흘간 프랑스 파리를 찾는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전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세계박람회는 월드컵‧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국제 행사로 불린다. 경제 효과만 61조원에 달한다. 부산은 2030 유치를 두고 사우디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우크라이나 오데사 등과 경쟁하고 있다. 유치국은 내년 11월 170개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의 투표를 통해 최종 선정된다.
유치 지원 민간위원장을 맡은 최 회장이 직접 공식 외교 무대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선 21일부터 22일 양일간 열리는 제170차 BIE 총회에 참석해 한국의 2차 경쟁 프리젠테이션(PT)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후 총회를 전후해 BIE 사무총장과 각국 대사를 만나 교섭 활동에 나선다.
대한상의는 “최태원 회장은 민간위원장에 더해 내달 출범하는 정부위원회에서 한덕수 총리와 함께 공동위원장을 맡을 예정”이라며 “이번 3박5일 일정 동안 가능한 모든 대사들을 만나 부산 유치를 당부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열흘 간의 유럽 출장을 소화하고 있다. 특히 7년 만에 참석하는 소비재포럼(CGF)에서 눈에 띌 만한 성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22~23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리는 CGF 글로벌 서밋에 참석할 예정이다. CGF는 국제 소비재 기업사들의 협의체로, 롯데는 2012년부터 CGF에 가입해 활동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2년 만에 대면으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회원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회복에서 재창조로 : 새로운 시대의 책임있는 성장(From Resilience to Reinvention: Responsible Growth in the New Era)'을 주제로 기후 변화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2015년 이후 7년 만에 CGF에 참석한다. CGF 회원사 CEO들과 글로벌 시장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등 교류의 기회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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