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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재계 후계자들 보폭 넓힌다...그룹 내 존재감 '확장'

심민현 기자 2022-05-17 09:54:44

김동관, 정기선 등 부각...과감하게 '신사업' 도전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左), 정기선 HD현대 사장. 사진=한화솔루션, HD현대]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주요 그룹 후계자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30~40대가 주를 이루는 이들은 본업에 집중한 선대 경영인들과 달리 과감하게 신사업에 도전하는 등 젊은 패기로 그룹 내 존재감을 확장하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 후계자로 유력한 김동관(39) 한화솔루션 사장은 우주사업·블록체인 등을 그룹 미래 먹거리로 꼽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해부터 그룹 내 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스페이스 허브'의 팀장을 맡아 우주항공 분야의 미래 사업 전략을 수립 중이다.

김 사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해 1월 인수한 국내 인공위성 전문 업체 '쎄트렉아이'에서는 등기임원을 맡았다.

김 사장은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 후 2010년부터 매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례 총회에 참가해왔다. 오랜 시간 쌓아온 해외 네트워크가 쎄트렉아이의 글로벌 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해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

김 사장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정기선(40) HD현대 사장은 미래선박·수소연료전지·디지털·헬스케어 등을 육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정 사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정 사장은 올해 1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 참가해 "현대중공업그룹이 미래 개척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정 사장은 이를 위해 벤처 투자와 인수합병(M&A) 방식으로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졸업 후 크레디트스위스(CS)와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신사업 전략과 M&A, 조인트벤처(JV) 등의 업무를 했다.

실제로 정 사장이 이끄는 HD현대 신사업추진실 소속 임원 3명은 모두 미국 경영학석사(MBA)를 마친 경영 전략, 기획 전문가들로 꾸려졌다.

신사업추진실은 2020년 자율 운향 솔루션 사내 벤처 '아비커스'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인수한 모바일 건강관리 서비스 회사 '메디플러스솔루션'은 최근 삼성전자와 모바일 헬스케어를 제공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36) 씨는 최근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에 상무로 합류했다. 지난 2020년 일본 롯데와 일본 롯데홀딩스 부장으로 입사해 일하다가 최근 롯데케미칼 일본 지사에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신 상무는 일본 롯데·롯데홀딩스 업무도 겸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는 신 상무의 롯데케미칼 입사를 예사롭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 아버지 신동빈 회장의 경영 준비 과정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경영권 승계의 일환으로 파악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앞서 일본에서 대학을 나와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친 뒤 노무라증권 런던 지점과 일본 롯데상사를 거쳐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 입사했다. 신 회장은 이 시점부터 한국 롯데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했다.

신유열 상무도 신동빈 회장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대학 졸업 후 미국 컬럼비아대 MBA 학위를 받고, 노무라증권 싱가포르 지점과 일본 롯데 근무를 거쳐 롯데케미칼에 부임했다.

롯데케미칼 합류 시기는 신 회장이 35살, 신 상무가 36살로 비슷하다. 다만 신 상무가 한일 롯데 계열사에 지분이 전혀 없기 때문에 3세 경영을 거론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재계 관계자는 "김동관과 정기선 등 1980년 대생 오너 3세가 올해 모두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새로 선임되며 부각되고 있다"며 "이들이 주도하고 있는 우주, 헬스케어 등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면서 존재감이 강화되고 이후 승계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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