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은 사실상 무산된 조정안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보고 있다. 이미 3600억원 정도 배보상 책임을 상당 부분 이행한 옥시와 애경 등에 보상안 60%를 덤터기 씌우는 식이어서 두 기업의 불수용을 불렀다고 보고 있다.
SK케미칼은 원료는 물론 허위 광고 문안까지 그대로 옥시와 애경 등에게 전달한 원죄 기업임에도 불구, 이번 조정안에서 1500억원만 부담하도록 했다.
배보상 책임이 있는 9개 기업 중 이처럼 SK케미칼을 제외한 기업들은 지속적인 조정이 아니라 한번에 끝나는 조정을 조건으로 조건부 수용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향후 SK와 정부 및 나머지 기업이 부담해야 할 적절한 배상과 보상 비율 등에 대해 피해자들 간 충분히 상의한 후 밝힌다는 입장이다.
이날 피해자들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일으킨 장본인은 살균제 원조, 원죄 기업 SK와 옥시, 애경 등 기업뿐 아니라 정부"라고 재확인했다.
피해자들은 조정위가 이번에 다시금 옥시 등에 화살을 돌리면서 SK케미칼 등 살균제 원죄가 있는 가해 기업에 면죄부를 주고 사실상 보호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피해자들은 조정위 발족부터 피해자 의견을 묵살한 점을 짚고 누구를 위한 조정위원회인지부터 되묻고 있다. 더군다나 중대 가해 주체 중 하나인 환경부가 조정위 위원장을 추천하고 정부를 조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가해 책임을 벗기 위해 가해자들 입맛대로 조정위를 구성했다는 지적이다.
피해자들은 애당초 50% 이상의 피해자가 조정에 찬성해야 하며 피해자 공청회를 거쳐 피해자 의견을 반영하는 조건으로 조정위원회가 발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조만간 인수위 사무실 근처나 인수위 국민제안센터 또는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집무실이 마련될 국방부 청사 근처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 제안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피해자들은 '선 피해 인정, 후 인과 관계 입증'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가습기 살균제를 한번이라도 사용한 피해자가 질환을 앓고 있다면 이유 불문 피해부터 인정하고 이후 질환과 가습기 살균제 사용 간 인과 관계를 따지든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혜정 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 비상대책위 대표는 "가습기 참사가 표면화한 지 11년이 지났지만 누구도 소홀하지 않은 배보상 문제 해결은 요원해보인다"며 "이제라도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 조정안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 대한민국에 정의가 살아 있다면 SK는 십수조원을 배보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자는 지난달 31일 기준 7685명이다. 이 가운데 1751명은 사망하고 5934명은 생존했지만 질병과 싸우고 있다. 지원 대상자는 사망자 1051명, 생존자 3299명까지 4350명이다. 4350명이 지급 대상자이지만 3000명 가량은 300만원씩 지급 가능성이 있다. 사망자 조위금은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됐지만 1051명, 죽은 피해자만 받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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