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은 창업주인 고촌(高村) 이종근 회장이 1941년 세운 궁본약방이 전신이다. 1919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난 이종근 회장은 서울로 상경해 철공소 사원을 거쳐 1939년 약품행상을 시작했다. 이후 1941년 23세의 나이로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궁본약방을 설립했다.
1946년 종근당약방으로 상호를 변경했으며 1956년 종근당제약사로 법인 등록을 했다. 2013년 11월 투자사업부문을 담당하는 존속법인 종근당홀딩스와 의약품사업부문을 담당하는 신설법인 종근당으로 인적분할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현재 종근당그룹은 지주사인 종근당홀딩스를 중심으로 그 아래 11개의 국내 계열사와 4개의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그룹 내 상장기업은 종근당홀딩스, 종근당, 종근당바이오, 경보제약 네 곳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신설법인 출범 후 최대 규모다. 종근당의 지난 매출액을 살펴보면 2014년 5441억원, 2015년 5925억원, 2016년 8320억원, 2017년 8844억원, 2018년 9562억원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19년 1조786억원으로 처음 1조클럽에 가입했으며, 2020년 1조3030억원, 2021년 1조3456억원 등 계속 우상향 중이다.
설립 8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성장판이 덜 닫힌 청소년처럼 종근당이 쾌속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신약, 도입약 등 제품의 고른 성장 덕이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뇌기능개선제 '종근당글리아티린'은 지난해 926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6.8% 증가한 수치다.
골관절염치료제 ‘이모튼’은 작년 처방액이 512억원이다. 전년대비 8.9% 증가한 수치다. ‘아보카도소야’ 성분의 이모튼은 골관절염 증상 완화 및 연골파괴 억제, 질병 진행을 늦춰준다. 매년 처방액이 증가하는 중인데, 지난 2016년 233억원에서 5년새 2배 이상 증가했다.
자체개발 당뇨신약 ‘듀비에’도 매출액 상승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221억원의 처방액을 기록, 전년보다 2.3% 늘었다. 2013년 국산신약 20호로 허가받은 듀비에는 치아졸리딘디온(TZD) 계열의 당뇨치료제다.
도입신약도 매출 상승에 이바지했다. 2015년부터 MSD의 고지혈증치료제 자누비아, 자누메트, 자누메트엑스알, 바이토린과 고지혈증복합제 아토젯 등을 판매 중이다. 2019년부터는 HK이노엔의 위식도 역류질환 신약 케이캡도 공동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케이캡의 외래처방액은 1096억원이다. 2020년 761억원에 비해 43.9% 증가했다. 30호 신약 케이캡은 P-CAB 계열의 위식도역류질환 신약으로 빠른 약효 발현, 약효 지속성 등의 장점으로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식사 여부와 상관없이 환자가 필요할 때 하루에 1정만 먹으면 되는 복용편의적인 측면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화끈한 투자, 연구개발 명가로 거듭나다
종근당이라고 하면 대중들에겐 두통약 펜잘이 가장 유명하다. 하지만 종근당은 일반의약품보단 전문의약품에서 더욱 강세를 보이는 회사다. 그리고 그 힘의 원천은 꾸준한 연구개발이다.
4평짜리 ‘궁본약방’에서 시작한 종근당이 매출 1조3000억원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한국 제약업계 최초로 자체 중앙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언제나 연구개발을 우선시하는 기업철학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종근당의 경상연구개발비는 2018년 1148억원, 2019년 1375억원, 2020년 1495억원, 2021년 1637억원 등 수년 간 역대 최대 규모를 꾸준히 뛰어넘었다.
연구개발비 증가는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 임상 3상 진입과 ‘CKD-508’, ‘CKD-510’, ‘CKD-702’ 등 다수의 신약후보물질 파이프라인 임상으로 연결됐다.
종근당이 개발중인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성분명 나파모스타트)은 지난해 4월 식약처로부터 임상 3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나파벨탄은 항응고제·급성췌장염 치료제로 주성분인 나파모스타트가 재창출 연구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국내 임상은 지난해 7월 칠곡경북대병원에서 첫 환자를 등록한 데 이어 총 14개 기관에서 순차적으로 진행중이다
다만 해외 임상은 다소 차질이 생길 수도 있을 전망이다. 종근당은 지난해 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임상 3상을 승인받으며 글로벌 임상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에서의 임상시험 진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나파벨탄 임상 3상 대상자는 586명으로 이중 우크라이나에서 모집한 환자 수는 밝혀지지 않았다.
회사는 “8개국에서 약 600명을 모집하는 것이 목표이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임상이 여의치 않으면 다른 나라에서 진행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종근당은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이 많은 기업이기도 하다. 1965년 원료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항생제 원료합성공장을 준공했다. 1968년 항생제 ‘클로람페니콜’ 개발에 성공한 종근당은 국내 최초로 미국 FDA 승인까지 획득했다.
1972년에는 업계 최초로 중앙연구소를 세우고 2년 후 국내 최대 항생물질 발효공장을 완공했다. 1980년에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항결핵제 ‘리팜피신’ 발효에 성공했다. 1984년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페니실린계 살균성 항생물질 ‘염산바캄피실린’ 합성에 성공, ‘바캄씰린’이란 이름으로 국내외에 출시했다.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도 펼치고 있다. 종근당고촌재단은 민간 장학재단 최초로 무상 기숙사인 ‘종근당고촌학사’를 세워 지방 출신 대학생들이 전월세난으로부터 벗어나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성장 잠재력이 높은 저개발국가의 인재를 지원하자는 취지에 따라 2013년부터 해외 장학사업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338명의 현지 장학생을 지원했으며, 국내∙외 장학생간 교류와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했다.
문화예술인 후원도 열심이다. 2012년부터 ‘종근당 예술지상’을 통해 매년 3명의 신진 미술작가를 선발해 현재까지 총 30명의 미술작가를 지원해오고 있다. 선정된 작가에게는 1인당 연간 1000만원의 창작지원금을 3년간 지원하며, 지원 마지막 해에는 기획전 개최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는 수익성보단 연구개발 성과 기대 커
종근당 이장한 회장은 2022년 신년사를 통해 혁신신약 개발로 신약개발 사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자고 당부했다. 이장한 회장은 “올해는 새로운 비전 ‘CKD, Creative K-healthcare DNA’를 실현해 인류가 질병에서 자유로워지도록 신약개발의 사명을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년사에서 밝힌 것처럼 종근당의 연구개발 투자는 올해도 이어진다. 특히 바이오 분야는 자체 연구개발 역량을 투입해 해외 임상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키움증권 분석에 따르면 올해 연구개발 투자가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은 컨센서스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 허혜민 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연구개발 비용은 187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5% 늘 전망이다.
종근당의 올해 매출은 1조4178억원으로 작년보다 7%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026억원으로 작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키움증권은 추정했다.
허 연구원은 “종근당에 있어 올해는 수익성보단 연구개발 성과가 더 중요하다”면서 나파벨탄 임상 3상,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 CKD-510 임상 1상, 이중항암항체 CKD-702 임상 1상 등의 결과 발표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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