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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 사태, 韓 네온·팔라듐 생산국...반도체 대란 "네온가스 가격 급등"

선재관 2022-02-27 11:52:57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데일리동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심각한 반도체 부족 문제가 더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미국 반도체 제조 시설에 공급하는 핵심 소재인 네온가스와 팔라듐 주 생산국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특수가스 가격이 급등했다. 당장은 재고 부족에 노출된 상황이 아니지만 전쟁 발발로 불확실성이 커져 사태 장기화 시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반도체용 특수가스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노광 공정에 쓰이는 네온가스 가격이 최근 전년 대비 최대 200%까지 상승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따른 수급 불안의 우려가 반영되면서 뛴 것으로, 실제 전쟁 발발 영향이 반영되면 또 한 번의 급등이 불가피하다.

CNBC는 미국 시장조사업체 테쳇의 보고서를 인용,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할 때 기판인쇄 과정에 쓰이는 네온가스 대부분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들어온다고 전했다.

네온 생산의 경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합작으로 이뤄진다. 러시아에서 철강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네온이 생산되는데, 이를 추출하고 순도를 높이는 과정은 이에 특화한 우크라이나의 한 업체가 담당한다. 이 때문에 2014년 크림반도 병합으로 이어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에도 네온 가격은 600% 폭등한 바 있다.

특수가스 업계는 우크라이나 리스크가 불거진 후 매일 상황 변화를 점검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사도 변동성 심화에 공급처 다변화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 가스업체 관계자는 “국내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중국산 네온가스를 승인 받아 최근 납품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가스업체 관계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 네온을 수입했는데 최근 고객사로부터 중국 공급처를 확보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면서 “대체 공급망을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타 숀-로이 테쳇 최고경영자(CEO)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네온가스 공급에 충격을 준다면서 특히 자동차 산업의 반도체 공급 차질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네온 가스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반도체 생산 핵심 소재인 팔라듐 역시 공급 차질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테쳇에 따르면 러시아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세계 주요 팔라듐 생산국이다. 전세계 수요의 약 33%를 담당한다.팔라듐은 또 반도체 생산 뿐만 아니라 자동차의 촉매전환 장치 주요 금속이기도 해 자동차 업체들은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팔라듐 가격은 이날 오후 들어 하락세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귀금속 가격 상승세 속에 장 초반 7% 넘는 급등세를 기록했다. 소재 가격 폭등세가 곧바로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비용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아니다.

숀-로이는 대부분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주요 소재 공급과 관련해서는 장기 계약을 맺기 때문에 단기적인 가격 급등이 생산비 상승을 부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 해도 자동차 시장은 공급 부족 여파로 인한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네온가스 상당량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한다. 지난해는 약 30%, 2020년에는 전체의 절반이 넘는 양(52.5%)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채웠다. 네온은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불거진 2015년 우크라이나 분쟁 때 가격이 10배 이상 치솟은 전례가 있다. 당시 어려움을 겪은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중국 등으로 공급 다변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전체 수요의 30~50%에 이르는 상당량을 여전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수급한다.

우리 반도체 기업에 네온가스를 공급하는 업체로는 린데, 에어리퀴드, 에어프로덕츠 등 외국계와 원익머트리얼즈, TEMC, 솔머티리얼즈, 디아이지에어가스(옛 대성산업가스) 등 국내 기업이 포진해 있다. 현재 이들 업체가 보유한 재고는 1~3개월 수준으로 파악된다.

반도체 식각 공정에 쓰이는 크립톤 공급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우리나라는 크립톤 절반을 우크라이나(30.7%)와 러시아(17.5%)에서 수입한다. 상당량의 재고를 확보해 당장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준은 아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네온가스의 중국 수입 비중은 60%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중국산 가스를 대체재로 활용해야 하지만 세계 공급망이 불안정해지면서 통제권을 거머쥐고 있는 중국이 가격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우리 기업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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