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재계 등에 따르면 CJ그룹은 지배구조 양대 기업 CJ제일제당, CJ ENM의 굵직한 인수·합병(M&A)과 사업 확장 등으로 이경후(36), 이선호(31) 남매에게 능력을 입증할 판을 깔아주면서 3세 경영의 밑그림을 하나씩 맞춰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올 1월 글로벌 비즈니스 담당으로 복귀한 이후 승진 언급이 나올 만큼 해외 사업 확장에 힘을 보태왔다. 지난 9월엔 '비비고'와 LA레이커스 마케팅 파트너십 자리를 직접 챙기고 나서며 대내외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 사태 속 '비비고'를 비롯한 K푸드 선전에 힘입어 CJ제일제당 글로벌화가 힘을 받고 있다. 올해 비비고 국내외 매출만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비비고 만두는 지난해 해외에서만 6500억원 이상 팔렸다. 국내 시장은 이미 향후 슈완스와의 시너지를 본격화하면서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입지 확대 속 중장기적 성장을 예측하면서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내년도 예상 매출 16조382억원, 영업익 1조2767억원으로 올해보다 각각 4.4%, 0.4% 확대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 부장이 복귀할 즈음 글로벌 비즈니스 부서를 신설했고 최근엔 글로벌 시장까지 겨냥한 비건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론칭, 만두와 김치 신제품을 내놓으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해외 전략 제품 발굴, 사업 전략 등을 수립, 수행하는 핵심 부서임을 감안하면 경영 능력 시험대이자 동시에 가장 빛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준 셈이다.
지금껏 인사 때마다 승승장구해온 이경후 부사장 대우도 마찬가지다. 이재현 회장이 제3의 도약 중기 비전 4대 성장엔진 중 '컬처'에 해당하는 CJ ENM은 이 회장의 비전 발표 후 9200억원대 제작 스튜디오 '엔데버콘텐트' 지분 인수(11월), 미국 종합미디어기업 '바이아컴CBS' 파트너십 체결(12월) 등 규모 있는 인수·합병을 잇따라 공식화하고 있다.
CJ ENM은 tvN·OCN·Mnet 등 16개 채널 의 미디어, TV커머스의 커머스, 영화와 음악 사업, 이외 주요 종속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을 통해 드라마 제작·유통 등을 영위하고 있다.
이경후 부사장 대우는 승진을 거듭할 정도로 능력을 입증해오고 있다. 1985년 생으로 미국 콜럼비아대학교에서 불문학 학사, 심리학 석사를 마치고 2011년 지주사 CJ 사업팀 대리로 입사했다. CJ오쇼핑 상품개발과 방송기획을 거쳐 2017년 3월 상무대우에 이어 지난해 부사장 대우에 올랐다. 브랜드 전략실 소속의 이 부사장은 '사랑의 불시착, 'K-CON' 등 드라마·영화·공연 분야 한류 열풍에 기여했다고 평가 받는다.
남매의 승계 재원으로 보고 있는 그룹 핵심 계열사 CJ올리브영은 성장을 거듭해온 가운데 상장에 방점을 찍고 몸값 올리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CJ올리브영은 내년 상장을 목표로 기업 공개(IPO)를 위한 주관사를 선정한 상태다.
CJ올리브영은 점포 수 기준 헬스앤뷰티 스토어 시장 약 84~85%를 점유한 1위 사업자다. 2019년 1조9600억원 가량이던 매출은 2020년 1조8739억원으로 다소 줄었지만 영업익은 880억원 가량이던 데서 1001억원으로 약 120억원 늘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589억원 가량이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올해 추정 매출은 전년 대비 13% 확대된 2조4000억원으로 성장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최근 구창근 CJ올리브영 대표는 내년도 사업 전략을 통해 헬스앤뷰티 스토어를 넘어선 '옴니채널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을 선언, 사세 확장에 힘을 쏟는다.
현재 CJ올리브영 최대주주는 지난해 기준 지분 55.24%의 지주사 CJ다. 이선호 부장 지분은 17.97%, 이경후 부사장 대우 지분은 6.91%다. 남매는 CJ올리브영 IPO 추진 과정에서 지분을 매각해 CJ 지분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사실 이선호 부장은 1990년 생으로 미국 컬럼비아대 금융경제학과를 졸업,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했다. 2017년 부장에 올라 바이오사업팀과 식품전략기획 등을 맡으며 경영 수업을 받았지만 2019년 마약 밀반입 혐의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이 부장은 경영권 승계에 제동이 걸리는 듯했지만 다행히 올해 복귀했을 뿐 아니라 CJ올리브영 지분율 상으로만 보면 아직 CJ그룹 장자 승계 원칙은 흔들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매가 경영 능력을 입증해나간다면 큰 이변이 없는 한 아버지 이재현 회장과 고모 이미경 부회장이 그랬던 것처럼 장남 이선호 부장이 주력 식품·바이오 사업 전반을 맡고, 이경후 부사장 대우가 미디어·엔터 사업을 이끄는 구도로 승계 작업이 진행되리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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