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서 손을 뗀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을 중심으로 뭉쳤던 3자 연합도 이달 주총 이후 와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CGI는 지난 8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 중 0.08%에 해당하는 5만5000주를 장외매수했다.
이 거래로 KCGI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보통주 기준 17.54%로 소폭 늘어난 반면, 조 전 부사장의 지분율은 5.71%로 축소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조 전 부사장이 한진칼 경영권 분쟁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한다.
KDB산업은행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로 나서 감시·견제 역할을 자처하면서, 더이상 분쟁의 명분과 승기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과 KCGI·반도건설이 경영권 확보를 위해 구축한 ‘3자 주주연합’도 곧 와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자 연합은 앞서 지난해 1월 31일 주식 공동보유계약을 체결하고, 상호 협의 없이 단독으로 한진칼 주식을 취득하거나 처분하지 못하도록 했다.
분쟁의 핵심인 조 전 부사장이 한진칼 지분을 매각하고 KCGI가 이에 동의해 지분을 사들였다는 것은, 3자 연합의 한진칼 경영권에 대한 의지가 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3자 연합은 올해 주총에 대한 주주제안을 포기했다. 공동보유계약 기간도 이달 예정인 주주총회까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따라 오는 26일 열릴 한진칼 주주총회는 경영권 다툼 없이 비교적 조용하게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분쟁 포기 외에 조 전 부사장이 보유 지분을 처분한 이유로는 ‘자금난’이 꼽힌다.
현재 무직인 조 전 부회장이 6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와 생활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주가가 가장 높은 한진칼 주식을 팔았다는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은 지분 매각으로 약 34억원 가량의 현금을 취득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직후인 지난 2015년 12월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 조 전 부사장은, 2018년 3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사퇴했다.
현재로서는 한진칼과 대한항공·정석기업 등으로부터 받는 약 10억원 내외의 배당금이 조 전 부사장의 유일한 수익이다.
업계 관계자는 “규모와 관계없이 조 전 부사장이 한진칼 지분을 매각했다는 것 자체가 경영권을 포기했다는 의미”라며 “나머지 지분은 배당을 고려해 남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경영권 다툼에서는 물러나지만, 조원태 회장에게 돌아갈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지분을 조 회장 측이 아닌 KCGI에 매각했다는 것이 그 근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해외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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