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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인더스토리] '배고픈건 참아도 배아픈건 못참아'...삼성·LG·SK 성과급, '공정' 이슈로

김성훈 기자 2021-02-04 17:53:04

더 받는 타사 기준, 상향식 비교로 박탈감

"산정방식 투명하고, 공정해져야"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하이닉스]


[데일리동방] 자신보다 우월하거나 더 나은 처지에 있는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을 심리학 용어로 ‘상향 사회 비교(upward social comparison)’라 한다.

상향비교는 동기 부여와 의욕 고취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열등감·우울함·분노 같은 부정적 정서를 만들어 낼 위험이 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성과급 관련 논란도 상향비교로 인한 문제다.

4일 SK하이닉스는 노조와 성과급 관련 논의를 위한 노사협의회를 연다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자신의 연봉 30억원을 반납하겠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음에도 직원들의 불만이 가라앉지 않자, 결국 논의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경쟁사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성과급이 ‘연봉의 47%’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은 삼성전자의 절반도 안되는 ‘연봉의 20%’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사내 메신저를 통한 이석희 사장의 사과와 최 회장의 연봉 나눔 선언에도 불구하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하이닉스 다니기 부끄럽다, 입사가 후회된다”는 얘기도 나왔다고 한다.

이번 노사협의회에 참가 자격을 얻지 못한 사무직 노조는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률에 항의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지난 1일 경력사원 채용 공고를 내면서 직원들의 동요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란은 SK텔레콤에까지 번졌다.

SK텔레콤 노동조합은 최근 박정호 대표에게 서한을 보내 "성과급 감소에 대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전했다.

"영업이익이 22% 가까이 증가하는 등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성과급이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납득할 수 없는 사항"이라는 것이 노조 측의 입장이다.

SKT 노조는 현재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전사 성과급 평균 금액 공개 △실적과 성과급의 상관관계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성과급 논란도 LG화학과의 비교에서 시작됐다.

LG화학의 석유화학부문은 기본급의 400%, 생명과학부문은 300%를 성과급으로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LG에너지솔루션의 성과급은 현장직 기준 평균 기본급의 245%로, 상대적으로 낮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까지 같은 회사였고, 작년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냈는데도 불구하고 성과급 비율이 50% 이상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불만이 나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대기업 임직원들의 이 같은 성과급 논란을 두고 “있는 사람이 더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 문제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서두에 언급한 상향비교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자신과 연관성이 크다고 느끼는 부분에 대한 상향비교일수록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느낀다”고 분석했다.

같은 업계 혹은 그룹 내 계열사 간의 차이가 더 큰 갈등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혜남 정신분석전문의는 저서 ‘당신과 나 사이’에서 “비교심리는 거의 본능”이라고 설명했다.

전 업계나 계열사의 연봉과 성과급이 같아지지 않는 이상, 비교와 그로 인한 불만 제기는 불가피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무조건 성과급을 올리면 불만이 사라질까?

비교에 대한 본능은 더 나은 성과급을 받는 곳을 찾아 새로운 불만을 만들어 낼 것이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 1919년 5월~1989년 2월)는 사람들이 많은 경우 ‘불분명’하거나 ‘불안정한’ 상황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내리기 위한 목적으로 비교를 사용한다고 봤다.

요는 불분명함을 없애면 비교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번 성과급 논란에서 지목된 ‘불분명함’은 성과급 산정방식이다.

현재 SK하이닉스 직원들은 PS 산정의 기준이 되는 경제적 부가가치(EVA) 지표에 대한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성과급이 상대적으로 낮게 측정된 데 대한 납득할만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진용 강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이 개괄적으로라도 성과급 산정방식에 대해 공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산정방식 공개는 성과급에 대한 직원들의 목표 의식을 강화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성과급 논란이 불거진 지난 2일에서야 사내 메신저를 통해 “올해부터는 PS 예상 수준과 범위에 대한 소통을 넓히겠다”고 전했다.

기업들이 성과급에 대해 ‘주는대로 받는 것’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그 산정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동기 부여·의욕 고취 등 상향비교의 긍정적 효과를 끌어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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