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이블리코퍼레이션 제공]
[데일리동방] 패션 소비 행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패션 커머스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 국민 다섯명 중 한명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의류 쇼핑을 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올 정도다.
패션앱 사용자가 1000만명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에이블리, 지그재그, 무신사, 브랜디 등 주요 패션 스타트업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패션앱들이 '무료배송', '할인쿠폰' 등을 앞세워 치열한 가격 경쟁에 나서면서 입점업체들이 이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10~20대 여성을 겨냥한 에이블리, 브랜디 등 4세대 패션 애플리케이션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에이블리는 올해 거래액이 5000억을 달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4% 성장한 수치다. 지난해 브랜디 거래액은 지난 2014년 설립 5년 만에 3000억원까지 성장했다. 올해 8월에는 누적 거래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2018년 서비스를 시작한 에이블리는 인플루언서 등 1인 사업자를 끌어들이고 패션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Z세대에게 인기를 얻었다. 사용자의 선호를 분석해 상품을 추천하는 개인화 추천 기술 등을 적용하면서 무신사의 대항마로도 불리고 있다.
현재 에이블리에는 약 8000곳의 마켓이 입점해 있다. 에이블리의 '0%' 수수료 정책은 '상생 정책'으로 주목받으며 셀러들을 모으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셀러들이 판매수수료와 광고비 없이 월 서버이용료 5만3900원(부가세 포함)만 지불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판매자들은 에이블리의 할인 쿠폰과 적립금 등을 포함하면 사실상 판매수수료 10%를 내는 셈이라고 토로한다. 에이블리는 신규 가입 고객이나 기존 고객에게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을 발행하고 있는데, 판매자와 에이블리가 할인 가격을 절반씩 부담하는 구조다.
자사몰이 없는 업체도 쉽게 입점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점도 몇몇 셀러들의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온라인 판매를 처음 시작한 초기 판매자, '투잡'을 하는 마이크로 셀러들이 옷 한 벌당 1000~2000원의 낮은 마진을 남기면서 합리적인 가격대를 깨트리고 있어서다.
여기에 타 플랫폼과 차별화를 위해 내세운 '전상품 무료배송' 또한 판매자들의 허리를 휘게 만들고 있다. 한 판매자는 "에이블리는 판매자에게 배송비를 부담시키면서 타 플랫폼과 가격을 맞추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면서 "일부 판매자는 상품 가격에 배송비 2500원을 얹어 판매하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결국에는 남는 게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에이블리 측에서 카테고리 확장 차원에서 도입한 홈데코·핸드메이드·폰악세사리·완구/팬시 등 '라이프' 카테고리에 판매수수료 0% 정책을 철회하고 판매수수료 15%(결제수수료 포함)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됐다. 월 서버이용료 5만3900원을 판매수수료로 전환한다는 방침이지만, 각종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입점업체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브랜디에서 진행 중인 반값 할인 기획전. [사진=브랜디 캡처]
패션앱 후발주자로 등장한 에이블리의 성장을 의식한 경쟁업체들도 소비자 혜택을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판매자 부담을 늘리고 있다.
2016년 서비스를 시작한 브랜디는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의류 소비가 줄어들면서 상품 할인 기획전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판매자가 할인 쿠폰 적용 금액의 절반을 떠안는 데다가 수수료 조정도 없어 매출이 증가해도 판매자 순수익은 미미한 상황이다.
브랜디에 입점한 한 판매자는 "돈을 벌려면 패션 플랫폼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면서 "꾸준한 매출을 내고 있는 일부를 제외한 셀러들은 자사몰 홍보 수단으로만 플랫폼을 활용하기도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플랫폼의 가치는 사람들의 유입 정도로 결정되기 때문에 초창기 소비자의 선호도를 높이기 위한 가격 할인 등의 투자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면서 "다만 활성화 이후에도 여러 혜택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가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애플리케이션과 판매자가 장기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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