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의선 회장이 취임하면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기와 속도에 관심이 쏠린다. 이를 통해 순환출자, 일감 몰아주기 등을 해소하고 정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등 산적한 과제를 풀어낼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지주사 전환도 배제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주사 전환은 2021년 말 종료되는 ‘주식의 현물출자 등에 의한 지주회사 설립에 대한 관세 특례’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해당 주식을 매각할 때까지 과세가 이연된다. 사실상 주식 처분 가능성이 없는 정 회장에겐 세금납부가 면제되는 격이다.
그러나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등 완성차업체 영업에 중요한 사업을 매각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다. 이를 해결할 뚜렷한 묘수가 없는 탓에 상대적으로 관심은 낮은 상황이다.
◆지배구조 개편안 논란시 정 회장 이미지 타격
지난 2018년 개편안(현대모비스 인적분할 후 모듈·AS 부문과 현대글로비스 합병)이 정 회장 지분율을 높이는 데 있어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반면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당시 개편안이 철회되는 결정타를 날렸다.
향후 현대차그룹이 내놓을 새로운 개편안도 논란이 된다면 정 회장 이미지 타격도 불가피하다. 이에 복잡한 개편안보다는 단순하면서도 잡음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정 회장 일가는 직접 보유한 현대차그룹 계열 지분율은 미미한 수준임에도 순환출자를 통해 입지를 방어하고 있다. 늘 비판의 대상이 됐으며 정의선 회장 시대에는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이에 2018년 개편안 수정(모비스 사업부문 상장)과 동시에 정의선 회장이 기아차 등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기아차 17.24%, 현대제철 5.78%, 현대글로비스 0.69%)을 직접 사들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2018년 개편안을 수정하는 방안은 당시 비상장인 상태로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려 했던 현대모비스 모듈·AS부문을 상장하고 시장가치에 따라 합병비율을 정하는 것이다. 2018년 개편안을 추진했던 시기와 현재를 비교해보면 현대글로비스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져 정 회장 지분율이 높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정 회장, 모비스 지분 매입 나설 것"
문제는 향후에도 현대글로비스 가치가 현대모비스 대비 높은 수준을 지속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이는 정 회장이 직접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는 데도 중요한 사안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효과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현대글로비스가 정 회장 지배력 확대에 사용될 가능성이 제기됐고 이 말은 결국 정 회장의 책임경영 테두리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뜻이다. 주당순이익비율(PER), 주당순자산비율(PBR) 등을 기준으로 보면 현대글로비스는 그룹 내 계열사 중에서도 프리미엄을 부여받고 있다.
또 정 회장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4곳에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지만 정작 자신이 많은 지분을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오토에버에는 몸을 담고 있지 않다.
사내이사 등재를 통한 책임경영 효과는 시간이 흐를수록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정 회장이 현대글로비스 등을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해 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속도가 생명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2018년 개편안 수정과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직접 매입 등이 병행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높아진 현대글로비스 시장 가치로 불리한 합병비율을 상쇄할 수 있고 부족한 지분율도 일부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 회장 평판은 예상보다 상당히 좋은 편”이라며 “이를 훼손하면서 ‘꼼수’로 보이거나 무리한 지배구조 개편은 추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