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들이 광주에서 살고 싶다고 하네요." 광주에서 치료를 받고 완치한 대구 지역 코로나19 확진자 가족이 지난 11일 퇴원하면서 광주시민에게 남긴 말이다.
대구는 한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이다. 한국 환자의 74%가량이 대구 거주자다. 급증하는 환자로 현지 병상이 부족해지자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광주·전남·전북 등이 대구 확진자를 치료해주기로 했다. 대구 다음으로 환자가 많은 경북을 돕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달빛동맹'을 맺은 형제도시 대구를 돕고자 환자들을 받아들여 치료하기로 했다"면서 "경계하고 밀어내기보다는 더욱더 긴밀한 연대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아픔이 있을 때마다 함께한 대구·경북을 위해 환자 수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업과 종교계도 지원에 나섰다. 삼성은 경북 영덕 삼성인재개발원과 삼성생명전주연수원을, 농협은 경북 경주교육원을 지원했다. 종교계도 힘을 보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 미사를 중단한 천주교는 자체 시설을 대구 환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사랑의교회·여의도순복음교회 등 대형 교회도 수련원 등을 경증환자 수용시설로 내놓았다.
의료 전문가들은 스스로 대구·경북으로 가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돕고 있다. 한국 정부가 대구에서 진료할 의료진을 모집하자 나흘도 안 돼 의사와 간호사 등 500여명이 신청했다. 대한간호협회 코로나19 비상대책본부가 이달 1일 대구·경북 지역 간호사를 모집한 결과 하루 만에 510명이 몰렸다. 올해 면허를 딴 신입부터 은퇴 간호사까지 면면도 다양했다.
한국 국민은 착한소비와 마스크 기부 등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코로나19로 강원 감자농가가 직격탄을 맞자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감자 판매 홍보를 했다. '강원을 도와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판매 첫날인 11일부터 6일 연속 조기 완판됐다.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과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가 코로나19 피해 농가를 돕기 위해 내놓은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는 판매 2시간 만에 동이 났다.
보건용 마스크를 기부받은 취약계층이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써달라며 재기부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 안성에선 한 시민이 일반 마스크 3만장을 지역 보건소에 기증하기도 했다. 대구를 비롯한 서울·경기·제주 등에선 주민들이 천마스크를 직접 만들어 취약계층에 나눠주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행보도 큰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의사 출신인 정 본부장은 한국에서 첫 환자가 나온 1월 20일부터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한 채 방역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거의 매일 언론 브리핑에 직접 참여해 발생 현황도 설명한다. 머리 감을 시간도 아끼려 단발이던 머리도 짧게 잘랐다. 연일 이어진 격무로 얼굴이 눈에 띄게 핼쑥해지고, 머리는 하얗게 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충북 오송에 있는 질병관리본부를 찾아가 "질병관리본부가 열심히 해서 세계가 인정하는 좋은 방역 성과를 내고 있다"며 "칭찬받고 격려받을 자격이 있다"고 노고를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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