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TV의 금·토요일 드라마 16부작 ‘스토브리그’도 그 덕을 본 사례 중 하나다. 이 드라마가 시청자 사랑 속에 지난 주말 막을 내렸다.
그 인기가 지난 14일 방송된 마지막 16부에서 절정에 달했다. 시청률이 줄곧 10%대 중·후반을 찍다가 19.1%를 기록한 것이다. 방송가에선 프로그램 시청률 10%만 돼도 성공작으로 평가한다. ‘스토브리그’가 그 두 배 가까운 시청률을 나타냈으니 대박을 터트린 셈이다.
민영 상업방송 SBS는 이 인기의 활용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부당 60분 방송분량을 20분짜리 3회로 쪼개 편성했다. 각 회 사이에 사실상 중간광고를 넣어 수익을 극대화했다. 방송 시청 흐름을 방해한다는 시청자 지적은 돈 앞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16부작 방송이 끝난 뒤엔 곧바로 관련 특별방송까지 추가로 내보냈다.
'스토브리그'를 보며 최근 벌어지고 있는 검찰권 갈등을 떠올렸던 것은 필자 뿐일까?
핵심 스토리 구성과 주요 등장인물 캐릭터가 너무 닮았다. 우선 대립 구도가 판박이다.
경영자 또는 감독자 등 대리인의 끊임없는 조직 와해 또는 재편 시도. 이에 맞서 실질적인 조직 리더가 극적으로 돌파구를 찾아 나가는 장면.
온갖 압력과 회유에도 조직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소신을 굽히지 않는 주인공. 이 역시 대체로 닮음꼴이다.
SBS도 그 가능성을 간접 시인했다. 방송 시작 전 매번 자막을 통해 굳이 “본 드라마는 픽션”임을 강조했다. 그 자막엔 친절하게 “특정인물이나 사건, 구단, 단체 및 조직, 배경 등은 실제와 어떠한 관련이 없다”도 포함됐다. 이런 자막 자체가 오히려 특정 구단 사건이나 조직 상황 등을 참고했다는 점을 거꾸로 드러낸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에 처음 호기심을 가진 것은 필자가 좋아하는 ‘국민 스포츠’ 프로야구를 소재로 다룬 점이었다. 그러나 검찰권을 놓고 최근 법무부와 검찰 간에 벌어지는 양상을 보면서 동시에 유사하게 진행되는 이 드라마 시청에 몰입하게 됐다.
법무부와 검찰의 요즘 충돌 모습은 드라마보다 더 흥미롭다. “이게 실화냐”란 말이 실감 날 정도다.
이 충돌에서 겉으로 드러난 양측의 중심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추미애 장관이 연초 임명된 뒤로 더 요란하다.
서로 사사건건 대립한다. 검찰 직제개편과 인사, 검찰의 청와대 인사 기소와 관련 공소장 공개, 검찰 수사와 기소 분리정책 등.
힘겨루기 방식도 사생 결단식이다.
추미애 장관의 검찰 인사를 놓고선 ‘검찰 죽이기’, ‘찍어내기’ 등 논란이 제기됐다. 청와대 인사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 방해 지적에도 추미애 장관은 검찰권 재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임기 반환점을 돈 정권으로 중차대한 4.15 국회의원 총선거를 채 두 달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역풍 가능성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검찰 조직 내 균열도 심각했다. ‘항명 시비’가 빈발했고 상갓집에서 후배 검사가 선배 검사에 “당신이 검사야”고 치받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검찰 기득권 보호란 비판에도 윤석열 총장의 의지도 결연하다. 마치 ‘살아있는 권력’에 대항해 거대 악을 도려내고 정의를 세우겠다는 태세를 보인다.
사실 따지고 보면 추미애 장관은 조국 전 법무장관의 대타이다. 판사 출신 5선 의원으로 당 대표까지 지냈다.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란 별명에 3일간 ‘3보(步)1배(拜)’까지 할 만큼 나름 강단도 가지고 있다.
윤석열 총장도 ‘스타검사’로 한 때 여권에서 ‘영웅’ 대접을 받았다. 9수 만에 사법고시에 합격,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로 한직에 머물면서도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며 의연함을 보여줬다.
그러나 국가 재난급 ‘코로나19’로 먹고사는 게 절박한 상황에서 국정 우선 순위가 ‘검찰 개혁’ 뿐인가.
이쯤에서 일단 양측의 휴전이 필요하다. 그 시작은 추미애 장관이 먼저 하는 게 맞다.
추미애 장관은 ‘개혁’ 명분에도 실효성은 높지 않으면서 검찰 반발만 불러오는 무리수로 더 이상 고집 부려서는 안된다.
추미애 장관은 최근 벌어진 ‘미국판 검란(檢亂)’에서 주목받은 윌리엄 바 미국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배웠으면 한다. 그는 그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협력자로 분류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통해 자신의 최측근에 대한 검찰의 구형에 영향을 미치려 하자 “트윗을 멈추라. (트윗 때문에) 업무를 못 하겠다”고 반발했다.
솔직히 윤석열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 강행한 인물이다. 임명 과정에서 청와대 참모와 여권 인사 다수의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 임명장을 주면서 살아있는 권력에도 눈치보지 말고 “엄정한 자세를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그런 만큼 여권은 검찰의 각종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그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검찰이 설령 권력 최상층 겨냥할지라도 현 정권이 당당하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검찰이 기득권 유지에 목을 매고 무리한 수사를 한다고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정말 검찰 개혁이 목적이라면 이젠 조바심 낼 필요 없다. 검찰 통제 장치의 골격이 오랜 진통 끝에 여권 주도로 짜였기 때문이다.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공직자 비리수사처 설치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장치가 있는 이상 시간을 갖고 차분하게 세부 개혁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면 된다.
검찰 압박을 지속할 경우 정권이 제발 저려 수사를 무력화 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총장 자리 줬더니 이럴 수 있느냐”며 검찰개혁이든 수사방해든 윤석열 총장에 청구서를 내민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추미애 장관과 여권은 이 시점에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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