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000선 사수도 버겁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지수는 1.78% 내린 2029.48에 마감하며 결국 2030선을 내줬다. 코스닥지수도 무려 4.00% 하락한 618.78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종가 기준으로 2017년 4월14일(618.24) 이후 2년3개월여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증시가 빠른 시간 내에 회복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대신증권은 코스피가 글로벌 증시와 비교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면서, 8월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를 1980∼2100으로 제시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상 대내외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글로벌 무역분쟁 등 대외 리스크 요인이 부상함에 따라 우리 경기의 하방 리스크 및 원화 약세에 대한 압력도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경기에 대한 불안 심리가 확산하면서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올해 초 2%대 중후반에서 현재 2.1%대까지 내려갔다"고 덧붙였다.
기업 실적이 가파르게 하향 조정되면서 코스피의 가치평가(밸류에이션) 매력도 낮아졌다. 이경민 연구원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1배를 웃돌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극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코스피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고 하락 압력을 키울 것"이라며 "이에 따라 코스피가 2000선을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코스닥 반등 가능성도 제한이다. 윤지호 이베스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의 경우 지수가 많이 빠졌으니 가까운 시일 내에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상단은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코스닥은 바이오 비중이 큰 데 최근 한 달여간 인보사 사태와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무산 등으로 바이오업종 투자심리가 완전히 깨져 지수도 무너졌다"며 "갑작스럽게 무너진 게 아니라 한 달여에 걸쳐 진행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약한 수급력도 코스닥 시장의 하락 원인이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은 기관 수급이 특히 좋지 않다"며 "최근 개별 종목에서 기관 매도 물량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시장이 작고 외국인 비중이 크지 않아 기관 매도에 지수가 크게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은 일부 기업들의 담보 부족에 따른 신용 리스크로 매물이 출회되며 낙폭이 컸다"며 "대외 불확실성에 더해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악재에 과민반응...4분기 반등
물론 증시 하락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악재에 국내증시가 과민반응 하고 있다"며 "코스닥의 경우 개인 비중이 높기 때문에 기초체력(펀더멘털)보다 기대심리(센티멘털)에 좌우되는 경향이 강하다"며 "충격은 오래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2분기까지 기업 실적이 실망스럽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점진적으로 주가에 대한 저가 인식이 강화될 수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항상 주식이 비싸 보일 때 사고, 싸 보일 때 파는 게 투자의 정석"이라고 말했다.
윤지호 센터장은 "글로벌 증시에서 국내증시가 유독 안 좋은 건 정책적 대응이 없기 때문"이라며 "프랑스는 세금 체계를 변경해 자연스럽게 감세를 유도한다거나 재정지출 증가율도 상당히 좋게 유지하는데, 한국은 추가경정예산안도 통과시키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4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일 수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약세를 벗어나려면 반도체 등 수출이 살아나야 한다”며 "통화 완화정책이 본격화돼 4분기에는 글로벌 경기에 반영될 수 있고, 미중 대면 협상 재개도 일단 수출경기 반등 기대감을 갖게 하는 소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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