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결(22)의 별명은 ‘필드의 바비인형’이다. 인형 같은 빼어난 외모 덕이다. 그런데 박결은 외모 칭찬이 오히려 큰 부담이었다. 외모 평가 때문에 상처도 많이 받았다. 박결은 “실력이 아닌 외모만 부각하는 말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었다”고 털어놨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데뷔 이후 4년 동안 ‘우승’을 못해서다.
사실 박결은 얼굴만 예쁜 선수가 아니다. 실력으로 투어 데뷔부터 화려하게 등장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골프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며 주목을 받은 박결은 같은 해 KLPGA 투어 시드전도 1위로 통과했다.
한국 여자골프의 계보를 이을 ‘스타 탄생’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런데 4년 동안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데뷔 첫 해인 2015년 준우승만 두 번을 차지한 걸 시작으로 매년 우승 문턱까지 올랐다가 좌절한 것만 여섯 차례다. 그에게는 ‘준우승 징크스’가 따라붙었다.
4년간 가슴에 묻었던 ‘우승의 한’을 시즌 마지막 대회를 앞두고 풀어냈다. 박결은 지난 28일 제주 서귀포시 핑크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로 데뷔 4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105전 106기, 생애 첫 우승도 극적이었다. 박결은 대회 마지막 날 ‘보기 프리’ 완벽한 플레이로 버디만 6개를 잡아 6언더파 66타를 쳤다. 선두와 8타 차를 뒤집은 감격의 역전 드라마였다.
박결은 “4년째 매번 기대주로 인터뷰를 했다. 이제 우승자로 이 자리에서 인터뷰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며 “내년 시즌에도 더 기대를 많이 해주시면 좋겠다. 더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박결의 우승이 사실상 확정되자, 가장 먼저 눈물을 흘린 건 그의 어머니였다. 퍼팅 연습장에서 딸을 바라보며 “우리 딸 수고 많았어”라고 혼잣말을 내뱉은 뒤 울음을 터뜨렸다.
우승이 확정되기 전까지 환한 미소를 보이며 마지막 18번 홀에서 대기하던 박결도 끝내 감격의 울음을 참지 못했다. 함께 훈련했던 정연주와 뜨거운 포옹을 나누면서 눈물을 펑펑 쏟았고, 김지현의 어깨에 기대 기쁨의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이정민도 슬며시 다가와 박결의 눈물을 닦아줬다.
박결은 “동료인 정연주 언니가 먼저 울면서 안아주더라. 이때까지 있었던 일들이 그때 막 생각나 눈물이 났다”며 “정연주, 김지현, 이정민 언니가 누구보다 옆에서 응원해주고 격려해줬다”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박결의 눈물에는 많은 의미가 있었다. 큰 기대와 많은 관심을 받았던 기대주로 자신의 어깨를 눌렀던 부담을 털어낸 눈물이었고, 빼어난 외모 탓에 실력이 오히려 저평가를 받은 설움에서 벗어난 눈물이었다.
박결은 “루키 시즌 때 너무 주목 받고 올라와 우승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컸었던 것 같다. 그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다”면서 “‘1등도 못 하는데 기사가 나온다’는 말을 들을 때 마음이 아팠다. 이제 1승도 했으니까 기사가 나와도 당당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인생 최고의 순간도 이 대회 우승과 함께 바뀌었다. 박결은 “골프 인생에서 어떤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아시안게임 얘기를 했는데 이젠 오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할 것 같다”며 “정말 행복한 한 해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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