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의존하면서 추출하는 훈련이 안 된 사람들은 표피에 말려든다. 걸음마 하는 것처럼 끄집어내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 말든, 그래야 그림이지 그렇지 않으면 복사기가 된다."
강요배(66)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린다. 1부 전과 2부 전으로 나누어서 여는 대형 전시다.
1부 전은 '상(象)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오는 5월 25일부터 6월 17일까지, 2부 전은 '메멘토, 동백'이라는 주제로 6월 22일부터 7월 15일까지 열린다.
김한들 큐레이터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1부 전시가 조금 다른 점은 기존에는 바다나 바위, 절벽 등 큰 대상들을 그렸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작업실에 있는 풍경들, 작은 것들, 일상 가까이에 있는 것들을 그렸다"며 "작업실에 오가는 새들, 고양이들, 피고 지는 꽃들 등 일상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자연의 소소한 것들까지 포함해서 작업한 것이 특징이다"고 설명했다.
1부 전시의 주제인 '상(象)을 찾아서'에서의 상은 한자로 '코끼리 상'자이다.
강요배 작가는 "인상(印象)도 코끼리 상(象)자를 쓴다. 도장처럼 찍는다는 것인데, 인상적이라는 것은 자기 마음에 찍혔다는 것이다. 추상(抽象)도 코끼리 상(象)자를 쓴다. 그 상을 끄집어낸다는 것이다"며 "용어 그대로 상을 세기고 상을 끄집어내고 이런 작업이 그림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그림은 사진과 늘 비교되곤 한다. 강요배 작가는 표피적인 것이 아닌 좀 더 압축돼있고, 경험 속에서 함축된 요체를 끌어내려는 시도를 했다.
"자연관찰은 항상 하지만 외부 대상에 빠지지 말고 거기서 어떤 중요하고 강한 느낌 기운 같은 것이 있다면 이것을 간직했다가 작업실에서 와서 한참 지난 다음에 끄집어내 보는 것이다. 우리가 항상 경험하는 것들이 많이 있지만 강렬한 것, 우리 마음속에 남는 것, 그것을 한번 끄집어내 보자는 생각으로 작품을 해 왔다."
전시장에서 처음 마주친 작품은 구름 사이로 햇빛이 쏟아지는 듯한 '풍광'이다.
어둑한 하늘에 두껍게 구름이 끼고 그 사이로 햇빛이 쏟아지고 있다. 이것은 어느 풍경을 보고 그린 것이 아니라 많은 경험을 걸러내서 마음속의 상을 만들고 그것을 끄집어낸 것이다.
즉 인상에 남았던 장면들을 마음에 남았던 담아두고 있다가 여과를 거쳐서 작품으로 풀어냈다.
작품 '수직 수평면 풍경'은 눈이 쏟아져 내렸던 지난 겨울에 작가의 작업실 앞 풍경을 그린 작품이다. 눈 쌓인 수돗가의 모습과 그곳에 심은 먼나무에 달린 빨간 열매의 모습이 인상 깊다.
작품 제목을 '수직 수평면 풍경'으로 한 이유는 풍경을 단순화시켜 수직은 검게 칠하고 수평면은 하얗게 칠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거친 땅을 표현하면서 마띠에르(matière·캔버스 질감)가 돋보이는 '개' 작품도 눈에 띈다.
작품은 현무암으로 된 갯바위에 갈조류 같은 해초들이 붙어있는 것을 표현했다. 사실적인 묘사가 아닌 마음에 남아있는 이미지를 거칠고 야생적으로 그려냈다.
작품은 여러 번 칠했음에도 불구하고 마띠에르가 두껍지 않게 펼쳐지면서 느낌이 잘 살아난다.
강요배 작가는 "제주도에 땅거죽이 거칠거칠하고 성운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작업할 때, 붓도 사용하지만 제주도에 있는 나무로 만든 붓, 아니면 종이를 꾸겨서 만든 붓으로 작업을 하기도 하고 빗자루를 쓸 때도 있다" 며 "제품화돼 있는 붓은 뭔가를 효율적으로 칠하기는 좋지만 터치가 너무 얌전하다. 그래서 거친 붓을 자주 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강 작가는 "빗자루를 써야 허공에 바람이 '싹' 가는 느낌이 난다"며 '천고' 작품에서 허공에 바람이 부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빗자루를 사용해 색을 칠했다.
팽나무와 바람을 기록한 '풍목' 작품에서는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이 느껴진다. 나무와 바람은 서로를 만들고 있다. 바람의 존재를 나무가 가르쳐 주고 바람은 나무의 모양을 만들어 낸다. 바람과 나무가 섞이니 공포와 불안이 엄습하고 관람자는 고뇌에 빠져든다.
고양이를 그린 '오지 않는 길양이' 작품도 인상적이다.
어느 날 길고양이가 작업실에 찾아오게 되고 작가를 따라다니며 정이 들었지만 우락부락하게 생긴 다른 고양이가 등장하면서 더 찾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하얀 배경에 검은색으로 그려낸 고양이의 실루엣이 또렷하게 드러나 눈길을 끈다.
전시 투어를 마친 강요배 작가는 끝으로 후배들을 위해서 충고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사진에 의존하면서 추출하는 훈련이 안 된 사람들은 표피에 말려든다. 걸음마 하는 것처럼 끄집어내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 말든 그래야 그림이지 그렇지 않으면 복사기가 된다."
강요배 작가는 1979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1982년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강요배(66)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린다. 1부 전과 2부 전으로 나누어서 여는 대형 전시다.
1부 전은 '상(象)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오는 5월 25일부터 6월 17일까지, 2부 전은 '메멘토, 동백'이라는 주제로 6월 22일부터 7월 15일까지 열린다.
2부는 동백꽃 연작 등 역사화를 모아 전시하고 1부는 역사화를 그린 뒤에 제주도에 내려가서 그리기 시작한 풍경이다.
김한들 큐레이터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1부 전시가 조금 다른 점은 기존에는 바다나 바위, 절벽 등 큰 대상들을 그렸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작업실에 있는 풍경들, 작은 것들, 일상 가까이에 있는 것들을 그렸다"며 "작업실에 오가는 새들, 고양이들, 피고 지는 꽃들 등 일상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자연의 소소한 것들까지 포함해서 작업한 것이 특징이다"고 설명했다.
1부 전시의 주제인 '상(象)을 찾아서'에서의 상은 한자로 '코끼리 상'자이다.
학고재에서 만난 강요배 작가는 인상(印象·어떤 대상에 대하여 마음속에 새겨지는 느낌)과 추상(抽象·여러 가지 사물이나 개념에서 공통되는 특성이나 속성 따위를 추출하여 파악하는 작용)을 거론하며 상(象)자를 통해 자신의 그림을 정의했다.
강요배 작가는 "인상(印象)도 코끼리 상(象)자를 쓴다. 도장처럼 찍는다는 것인데, 인상적이라는 것은 자기 마음에 찍혔다는 것이다. 추상(抽象)도 코끼리 상(象)자를 쓴다. 그 상을 끄집어낸다는 것이다"며 "용어 그대로 상을 세기고 상을 끄집어내고 이런 작업이 그림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그림은 사진과 늘 비교되곤 한다. 강요배 작가는 표피적인 것이 아닌 좀 더 압축돼있고, 경험 속에서 함축된 요체를 끌어내려는 시도를 했다.
"자연관찰은 항상 하지만 외부 대상에 빠지지 말고 거기서 어떤 중요하고 강한 느낌 기운 같은 것이 있다면 이것을 간직했다가 작업실에서 와서 한참 지난 다음에 끄집어내 보는 것이다. 우리가 항상 경험하는 것들이 많이 있지만 강렬한 것, 우리 마음속에 남는 것, 그것을 한번 끄집어내 보자는 생각으로 작품을 해 왔다."
전시장에서 처음 마주친 작품은 구름 사이로 햇빛이 쏟아지는 듯한 '풍광'이다.
어둑한 하늘에 두껍게 구름이 끼고 그 사이로 햇빛이 쏟아지고 있다. 이것은 어느 풍경을 보고 그린 것이 아니라 많은 경험을 걸러내서 마음속의 상을 만들고 그것을 끄집어낸 것이다.
즉 인상에 남았던 장면들을 마음에 남았던 담아두고 있다가 여과를 거쳐서 작품으로 풀어냈다.
작품 '수직 수평면 풍경'은 눈이 쏟아져 내렸던 지난 겨울에 작가의 작업실 앞 풍경을 그린 작품이다. 눈 쌓인 수돗가의 모습과 그곳에 심은 먼나무에 달린 빨간 열매의 모습이 인상 깊다.
작품 제목을 '수직 수평면 풍경'으로 한 이유는 풍경을 단순화시켜 수직은 검게 칠하고 수평면은 하얗게 칠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거친 땅을 표현하면서 마띠에르(matière·캔버스 질감)가 돋보이는 '개' 작품도 눈에 띈다.
작품은 현무암으로 된 갯바위에 갈조류 같은 해초들이 붙어있는 것을 표현했다. 사실적인 묘사가 아닌 마음에 남아있는 이미지를 거칠고 야생적으로 그려냈다.
작품은 여러 번 칠했음에도 불구하고 마띠에르가 두껍지 않게 펼쳐지면서 느낌이 잘 살아난다.
강요배 작가는 "제주도에 땅거죽이 거칠거칠하고 성운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작업할 때, 붓도 사용하지만 제주도에 있는 나무로 만든 붓, 아니면 종이를 꾸겨서 만든 붓으로 작업을 하기도 하고 빗자루를 쓸 때도 있다" 며 "제품화돼 있는 붓은 뭔가를 효율적으로 칠하기는 좋지만 터치가 너무 얌전하다. 그래서 거친 붓을 자주 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강 작가는 "빗자루를 써야 허공에 바람이 '싹' 가는 느낌이 난다"며 '천고' 작품에서 허공에 바람이 부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빗자루를 사용해 색을 칠했다.
팽나무와 바람을 기록한 '풍목' 작품에서는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이 느껴진다. 나무와 바람은 서로를 만들고 있다. 바람의 존재를 나무가 가르쳐 주고 바람은 나무의 모양을 만들어 낸다. 바람과 나무가 섞이니 공포와 불안이 엄습하고 관람자는 고뇌에 빠져든다.
고양이를 그린 '오지 않는 길양이' 작품도 인상적이다.
어느 날 길고양이가 작업실에 찾아오게 되고 작가를 따라다니며 정이 들었지만 우락부락하게 생긴 다른 고양이가 등장하면서 더 찾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하얀 배경에 검은색으로 그려낸 고양이의 실루엣이 또렷하게 드러나 눈길을 끈다.
전시 투어를 마친 강요배 작가는 끝으로 후배들을 위해서 충고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사진에 의존하면서 추출하는 훈련이 안 된 사람들은 표피에 말려든다. 걸음마 하는 것처럼 끄집어내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 말든 그래야 그림이지 그렇지 않으면 복사기가 된다."
강요배 작가는 1979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1982년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는 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1976년 제주시 관덕정 인근의 대호다방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후 '도시와 시각'(1981), ‘행복의 모습’(1982), ‘6.25’(1984) 등의 ‘현실과 발언’ 동인전과 '젊은 의식'(1982), ‘시대정신’(1983) 등의 전시들에 참여했다.
강 작가는 1989년부터 본격적으로 제주 4・3 항쟁 공부에 매진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 항쟁을 담은 작품 50여 점을 완성했다. 1992년 '강요배 역사그림-제주민중항쟁사'를 학고재에서 선보였다.
이후 고향 제주에 정착한 강 작가는 제주의 자연과 역사를 담은 그림을 ‘4・3 50주년 기념-동백꽃 지다’ 순회전(1998), ‘땅에 스민 시간’(2003), ‘풍화’(2011) 등의 전시를 통해 선보였다. 2015년에는 이중섭미술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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