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제가 정치권에서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흔들렸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20년 안에 전국 토지와 주택 가격이 상당히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대목이다. 통계와 인구 구조를 근거로 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가볍게 치부하기는 어렵다.
비교의 기준은 일본이다. 국토 면적이 37만㎢에 이르는 일본의 전국 토지가격은 환율 10배 적용 기준 약 1경5000조원 수준이다. 반면 국토 면적이 10만㎢에 불과한 한국의 토지가격은 이미 1경2000조원을 넘어섰다. 단위면적당 가격으로 보면 한국은 일본의 3배를 웃돈다.
토지가격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눈에 띈다. 일본은 생산자산 대비 토지가격 비중이 약 60% 수준에 머무는 반면 한국은 120%에 육박한다.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자산보다 땅값이 더 비싼 상태다. 비용 부담이 경제 전반에 누적돼 왔다는 의미다.
이 가격을 떠받쳐 온 조건들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향후 20년간 한국 사회는 급격한 고령화를 겪게 된다. 주택의 주된 매수층은 줄고 매도 압력은 커진다. 인구 변화는 정책으로 되돌리기 어렵다. 수요와 공급의 방향이 동시에 바뀌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가격 흐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집이 노후를 지켜주는 자산이라는 인식 역시 이 지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고령화가 본격화되면 주택은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는 자산이 아니라 관리 비용과 세금 부담을 동반한 고정 자산으로 성격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처분이 쉽지 않은 자산은 안정판이 아니라 부담이 될 수 있다.
부동산 가격 조정은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가계 자산이 부동산에 집중된 상황에서 가격이 흔들릴 경우 가계부채와 금융시장으로 파급될 여지도 적지 않다. 한 의장이 가계와 금융 전반의 파장을 함께 언급한 이유다.
그동안 정치권은 집값 하락 가능성을 쉽게 언급하지 않았다. 기대를 건드리는 발언은 곧바로 책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발언은 방향 전환에 가깝다. 문제를 관리의 영역으로 끌어내려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다.
부동산을 둘러싼 환경은 이미 과거와 다르다. 가격을 지탱해 온 인구와 수요의 조건이 바뀌고 있다. 집이 노후자산이라는 통념이 언제까지 유효한지는 더 이상 경험만으로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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