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정몽구 '中 상하이 임정청사' 지켜냈다…현대차 '민간외교' 앞장

김아령 기자 2026-01-05 09:02:22
정 명예회장, 2004년 상하이 시장 만나 재개발 유보 성공 독립유공자 보훈 사업 진행…올해부턴 해외 독립운동 사적지 보존
상하이에 위치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이코노믹데일리]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2004년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청사 보존에 기여한 민간외교 활동이 재조명되고 있다.
 
5일 현대자동차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정 명예회장은 2004년 5월 중국 상하이시 정부청사에서 한쩡(韓正) 상하이 시장과 면담을 갖고 임시정부청사 보존을 위해 당시 루완구(盧灣區) 지역 재개발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2010 상하이 엑스포'를 앞두고 있던 상하이시는 임시정부청사를 포함한 루완구 일대를 재개발하는 계획을 세웠다. 낙후한 임시정부청사 주변지역 약 1만4000평을 쇼핑센터와 위락공간을 갖춘 상업지구로 전면 재개발하는 프로젝트였다.
 
국내에서는 외국 기업이 재개발을 맡을 경우 임시정부청사의 온전한 보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우리 정부도 상하이시에 임시정부청사 주소지인 '306롱 3~5호와 318롱 전체'의 보존을 요청했다.
 
상하이시는 임시정부청사 인근지역이 수십 년간 소외지역으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임시정부청사 부근만 재개발에서 제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우리 정부가 상하이시 측 인사를 만나 의견을 전달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 전개되자 현대차그룹이 발 벗고 나섰다.
 
정 명예회장은 "첨단의 미래와 옛 황금기 중국의 모습이 공존하고 있는 국제도시 상하이에 위치한 임시정부청사는 한국의 독립혼과 정통성의 상징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그 의미가 남다른 민족적·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라며 "임시정부청사에 대한 한국 정부와 국민의 지대한 관심을 감안해 한국이 재개발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자리에는 양띵화(楊定華) 상하이시 부비서장 겸 도시개발담당관이 참여하면서 상하이시와 현대자동차 간 경제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졌다.
 
이후 한쩡 상하이 시장과 이창동 당시 문화부 장관의 면담이 성사됐다. 상하이시가 추진하던 재개발 프로젝트가 유보되면서 임시정부청사는 온전한 모습으로 보존됐다.
 
신현택 당시 문화부 기획관리실장은 "국제 공개입찰을 실시하고서도 계획 자체를 전면 보류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중국 정부에서 이 일을 중대하게 봤기 때문"이라면서 "민관이 혼연일체가 돼 범국가적인 과업으로 추진했는데 이러한 우리 측의 노력이 중국 정부에 충분히 전달된 결과"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독립에 헌신한 순국선열의 희생 정신을 기리기 위해 다양한 독립유공자 보훈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2024년 8월 국가보훈부와 '국가보훈 사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독립운동 사료 전산화 △유해봉환식 의전차량 지원 △국립현충원 셔틀버스 기증 등을 통해 독립유공자 보훈 사업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유해봉환식에 필요한 유해운구 차량 및 유가족 이동에 제네시스 'G90' 등을 의전차량으로 제공하고 있다. 유해봉환식 참석 유가족들을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으로 초청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서울과 대전 국립현충원에는 친환경 전기버스를 셔틀버스로 각 1대씩 기증하는 등 현충원 방문객의 이동 편의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올해부터는 전세계 독립운동 사적지 보존에도 본격 나선다. 현대차그룹은 해외 독립운동 사적지 현황을 파악하고 개보수가 필요한 사적지에 대해 국가보훈부 등과 협의를 통해 보존 작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독립유공자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그 가치를 다음 세대로 전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인적·물적 자원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보훈 활동에 국가보훈부와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