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대미(對美) 수출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더 이상 ‘관세율’이 아닌 ‘통관 리스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의 수입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반덤핑·상계관세, 232조 관세가 중첩 적용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통관 신고 방식과 품목 분류, 함량·가치 산정 기준에 따라 기업 부담이 크게 달라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한국 수출기업의 비용 관리와 리스크 대응 전략이 생산·영업 단계에서 통관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와 수입규제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회계·법률 전문가들은 미국의 수입규제가 단발성 조치가 아닌 상시 운영체계로 자리 잡았으며 기업 대응 방식에 따라 실제 부담 비용이 크게 갈린다고 진단했다.
이날 개회사에서 이원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법무기획과장은 "미국 232조 관세 확대와 파생상품 관세 적용, 원산지 판정 강화로 수입규제가 확산되며 우리 기업의 수출 현장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기 삼정회계법인(KPMG) 상무는 "반덤핑과 상계관세는 단순히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가 아니라 기업의 가격 구조와 회계·증빙 체계를 정밀하게 검증하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들이 '우리는 싸게 팔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반덤핑은 내수 가격과 수출 가격을 비교해 판단하는 구조"라며 "내수 판매 비중, 특수관계자 거래 여부, 원가 미만 판매 여부 등 다양한 기준이 적용되면서 예상보다 높은 덤핑 마진이 산출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박영기 상무는 "미국과 인도처럼 조사 방식이 다른 국가의 제도적 특징을 구분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조사 대상 기업을 명시해 대응 여부가 분명하지만 인도는 특정 기업을 지목하지 않고 해당 국가 수출 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삼는다"며 "기업 이름이 적시되지 않았더라도 대응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대응 판단 자체가 기업 생존을 가르는 요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박 상무는 또한 철강 232조 관세 이후의 후폭풍 가능성도 짚었다. 그는 "232조 조치가 종료되더라도 이후 반덤핑 조사로 다시 관세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며 "중국을 대상으로 한 규제가 동남아, 한국 등으로 확산되는 우회덤핑 조사까지 고려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가 일회성으로 끝났다고 보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232조 관세의 실질적 부담이 단순 관세율을 넘어선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장정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현재 철강·알루미늄 제품은 50% 관세에 더해 함량 기준 관세와 국가별 상호관세가 중첩 적용되는 구조"라며 "같은 제품이라도 철강·알루미늄 함량에 따라 관세가 분리 부과되고 여기에 반덤핑·상계관세까지 추가될 경우 기업 부담은 급격히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정주 변호사는 특히 미국 세관(CBP)의 사후 검증 강화 흐름을 언급하며 "신고 단계에서의 오류가 단순 실수가 아니라 제재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라며 "기업들은 관세율 변화보다 신고 정확성과 내부 통제 체계에 더 많은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기업 부담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는 '함량가치 산정'이 지목됐다. 심종선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는 "같은 제품이라도 철강·알루미늄 함량을 어떻게 산정하느냐에 따라 유효 관세율이 크게 달라진다"며 "완제품이 모두 철강으로 구성돼 있더라도 원재료비만 반영할지 가공비를 포함할지 FOB(수출자가 선적항까지 부담한 가격) 기준으로 환산할지에 따라 기업별 부담이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미국의 수입규제가 철강·자동차·구리·항공기·반도체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는 만큼,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 수출기업도 통관 리스크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심종선 회계사는 "미국 세관의 유권해석이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상황에서 기업마다 산정 방식이 제각각"이라며 "결국 통관 전략과 증빙 관리 수준이 원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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