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SMR'으로 눈 돌린 건설사들…차세대 먹거리 경쟁 본격화

우용하 기자 2025-12-17 09:42:28
SMR 시장, 2034년 161억달러 전망…연 8.9% 성장 AI 확산·데이터센터 증가가 SMR 수요 견인
뉴스케일파워 SMR 모듈 [사진=뉴스케일파워]

[이코노믹데일리]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 원전 시장으로 시선을 빠르게 옮기고 있다. 특히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하며 북미와 유럽, 아시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글로벌 전력 수요가 인공지능(AI) 확산과 데이터센터 증가로 급증하면서 SMR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기대가 깔린 행보다.
 
17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SMR 시장 규모는 올해 약 74억9000만달러(약 10조4000억원)에서 오는 2034년까지 연평균 8.9%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161억3000만달러(약 22조30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주택·정비사업 의존도가 높았던 국내 건설사들이 원전 사업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SMR은 설비 규모를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인 차세대 원전 기술이다. 출력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모듈형 설계로 필요에 따라 증가할 수 있고 입지 제약도 적어 전력 수요지 인근에 설치 가능하다. 특히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게 되면서 SMR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벌써부터 북미와 유럽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섰다. 먼저 삼성물산은 글로벌 원자력 기업들과 잇달아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외연을 넓히고 있다. 미국의 뉴스케일파워와 협업 중이고 유럽에서는 GE 버노바 히타치 뉴클리어 에너지(GVH)와 손잡고 동유럽 사업을 확장 중이다.
 
현대건설은 미국 원자력 전문기업 홀텍과 ‘원팀’ 전략을 내세웠다. 홀텍이 설계를,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는 구조다. 이달 들어 양사는 미국 정부로부터 미시간주 SMR 개발사업과 관련해 약 4억달러(5900억원)의 보조금도 확보했다. 착공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국내 기반 다지기에 집중하는 곳도 있다. 시공능력 3위 대우건설은 한국수자원공사와 함께 혁신형 SMR(i-SMR)을 개발 중이다. i-SMR은 출력 170MW 규모의 모듈형 원자로로 출력 조절의 유연성과 안전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한수원은 올해 표준설계 인허가 신청을, 2028년 최종 인허가 취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한전KPS와 협력 체계도 구축했다.
 
시공능력 4위 DL이앤씨는 기술 투자와 신흥시장 공략에 방점을 찍었다. 앞서 지난 2023년에는 미국 SMR 기업 엑스에너지에 약 2000만달러(300억원)를 투자했다. 또 필리핀 최대 전력사와 협력해 아시아 시장 진출에도 나섰다. 엑스에너지는 물 대신 새로운 냉각재를 사용하는 4세대 비경수로형 SMR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다.
 
업계 관계자는 “AI와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 구조 자체가 달라지는 중이고 대규모 원전보다 분산형 전원이 필요한 환경에서 SMR은 현실적인 대안이다”라며 “단기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장기 성장성은 분명해 보이고 건설사들의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선택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