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원2구역 재개발사업부지 전경 [사진=성남시]
[이코노믹데일리] 서울 재건축 시장에서 아파트 브랜드를 둘러싼 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분양가와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조합이 시공사에 ‘하이엔드 브랜드’를 요청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브랜드 희소성 훼손과 비용 증가를 우려하지만 조합은 브랜드가 곧 자산 가치라며 요구를 이어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성남 상대원2구역 재개발 조합의 요청을 받고, ‘아크로(ACRO)’ 브랜드 적용 여부 검토에 나섰다. 이 조합은 기존 계약 브랜드인 ‘e편한세상’ 대신 아크로를 달아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도 같은 요구를 해 한차례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올라왔다.
국내에서 하이엔드 아파트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DL이앤씨가 지난 2016년 선보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라고 평가된다. 이후 현대건설의 ‘디에이치(THE H)’, 롯데건설의 ‘르엘’,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써밋’ 등 다른 건설사들도 ‘하이엔드’ 라인업을 빠르게 확장했다.
문제는 조합에서 일반 브랜드보다 하이엔드를 선호하고 갈수록 강하게 요구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성북구 돈암6구역도 롯데건설에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조합과 롯데건설은 표준 브랜드인 롯데캐슬로 합의했다. 노량진6구역은 지난해 사업시행변경 인가를 신청하면서 SK에코플랜트의 프리미엄 브랜드 ‘드파인’을 새롭게 적용하기로 했다.
서울 중구 신당8구역은 2021년 아크로 브랜드를 고수하다 DL이앤씨와의 시공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포스코이앤씨가 강북 최초의 프리미엄 브랜드 ‘오티에르(OTIER)’ 적용을 약속하면서 시공권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DL이앤씨와의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졌고 사업은 5년 넘게 지연됐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하이엔드 브랜드가 분양 흥행, 집값 형성에 기여한다고 바라보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고급 브랜드에 과도하게 집착하면 자칫 분담금 부담이 커지고 사업 지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고급 마감재와 특화 설계, 외관 디자인 변경 등이 추가되면서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공사비 갈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브랜드가 시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사업 성패와 연결되다 보니 많은 조합에서 하이엔드 적용을 바란다”며 “하지만 프리미엄이라는 가치가 약해질 수 있고 브랜드보다 기간 단축과 분담금 안정이 조합원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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