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광화문 교보생명 뒤편, 르메이에르 종로타운과 삼공빌딩 사이 골목은 장기간 ‘도심 속 흡연 밀집지’로 방치돼 왔다. 오전부터 저녁까지 골목을 채우는 담배 연기는 보행 공간을 사실상 점령했고, 이를 지나는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은 매일같이 불편을 겪고 있다. 종로구청이 불과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문제라는 점에서 행정의 공백이라는 지적이 반복되는 이유다.
이 같은 상황은 삼공빌딩 앞까지 이어진다. 차량과 보행 동선이 얽힌 핵심 구간임에도 특정 시간대마다 흡연자가 한꺼번에 몰리는 현상은 수년째 개선되지 않았다. 그동안 여러 차례 지적이 제기됐지만, 정작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거의 없다는 것이 인근 상인과 직장인의 공통된 반응이다.
종로구는 본지가 ‘광화문 한복판 골목 흡연지옥 방치… 정문헌 종로구청장 직무 태만 논란’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내용과 관련해 본지에 정정 요청 문을 보내와 “해당 지역은 법령상 금연구역이 아니므로 단속 권한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례상 근거를 앞세운 해명 자체만 놓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왜 이 구역만 금연구역 지정에서 제외돼 왔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금연거리 지정은 지자체가 조례 개정을 통해 충분히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며, 구청장의 의지가 반영되는 정책 영역이다. 실제로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취임 후 택시 승차대 금연구역 신설, 학교 주변 금연구역 확대 등 다른 지역에서는 정책적 조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왔다. 그러나 정작 구청 바로 앞의 고질적 민원 지역은 예외처럼 남아 있으며 이 때문에 행정 편의주의적 접근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종로구가 시행 중이라고 밝힌 조치들의 실효성 역시 의문을 남긴다. 삼공빌딩 앞에 설치된 소형 안내 표지는 흡연 인파에 가려 제 역할을 하기 어렵고, 금연지도원 배치도 상시 체계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현장의 체감도가 낮다면 이는 행정이 ‘조치를 했다’는 사실만 강조할 뿐 실제 개선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종로구는 “인근 건물주와 협의해 흡연 부스를 설치한 뒤 금연거리 지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이 구간의 간접흡연 문제는 7년 이상 지속된 사안이다. 그럼에도 구청은 여러 해 동안 “협의 중”이라는 설명을 반복해 왔다. 경과를 돌아보면 이는 실효적 해결 노력이라기보다 개선을 뒤로 미루는 ‘보류 상태’에 가깝다.
비흡연자의 보행권과 안전권이 상시적으로 침해되는 상황에서, 구청이 여전히 외부 협의를 이유로 문제 해결을 늦추는 모습은 ‘책임 회피’라는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지적이 누적된 끝에 직무태만이라는 평가가 제기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헌법재판소도 여러 차례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우선한다”는 판단을 내려왔다. 시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측면에서 볼 때 종로구의 접근은 충분한 설명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협의 중’이라는 말로 7년의 공백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종로구는 이번 보도에 대한 정정 요청 공문에서 ‘직무 태만’이라는 표현 사용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표현과 별개로 해당 지역 시민의 불편과 간접흡연 노출이 장기간 개선되지 않은 현실은 행정이 최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과제라는 점에서 분명하다. 문제의 본질은 단어 선택이 아니라, 행정이 어떤 결과를 만들었느냐이다.
광화문 일대는 K-관광의 핵심 동선이자 국가 행정의 중심지다. 이 일대가 담배 연기에 뒤덮인 채 방치된다면, 종로구가 내세우는 ‘일류 도시’ 전략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해명이나 표현 논쟁이 아니라, 구청장과 종로구가 책임지고 내놓아야 할 실효성 있는 정책 결정이다. 문제의 존재를 인정했다면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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