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정보운의 강철부대] 알고리즘·데이터 기반 AI가 바꾸는 'K-방산' 판도

정보운 기자 2025-11-22 09:00:00
한화에어로·현대로템·KAI·넥스원, 무인전차부터 조종사까지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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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에어쇼에서 비행 중인 美 'F-35' 이미지. [사진=홍콩 SCMP 캡처]

[이코노믹데일리] 엔진보다 알고리즘이 빠르게, 강철보다 데이터가 단단하게. AI(인공지능)가 K-방산의 판도을 바꾸고 있다.

미국·중국 등 군사 강국이 인공지능을 무기체계에 본격 도입하면서 'AI 전쟁' 시대가 열렸다. 전통적 화력 중심의 무기 경쟁에서 데이터·센서·코드가 주도하는 무인전(無人戰) 으로 전환되며 한국 방산기업들도 이 흐름 속 '강철 산업'에서 '지능 산업'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국방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132억달러(약 19조원)에서 오는 2031년 355억달러(약 52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시장 점유율이 29%에 달하며 한국은 반도체·통신망·데이터센터 등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 강점을 앞세워 'AI 방산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한국항공우주산업(KAI)·LIG넥스원은 AI를 결합한 무인전차·자율항공기·스마트함정 등 차세대 무기 체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AI 기반 자율비행 드론과 무인 전투체계 ▲현대로템은 AI 전장통제시스템을 탑재한 다목적 무인차량 ▲KAI는 AI 파일럿 기술을 접목한 유무인 복합 항공체계를 각각 선보이며 미래전 대비에 나섰다. LIG넥스원은 감시정찰용 무인 수상정 '해검(海劍)' 개발을 통해 AI 전력화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방위산업 전반의 무기 체계가 '운용'에서 '지능'으로 진화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AI 기술 도입은 무기 체계의 자동화 수준을 높이는 것을 넘어 방산산업 전반의 데이터화·소프트웨어화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강철 내구성이 무기 성능을 좌우했다면 이제는 알고리즘 정밀도가 전투 승패를 가른다.

올해 3분기 기준 방산 5개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KAI·LIG넥스원·한화시스템)의 누적 연구개발(R&D) 투자액은 1조3293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316억원) 대비 8% 이상 늘었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방산 4대 강국 도약' 전략과 맞물리며 AI 무기체계 연구개발 투자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ICT 기술력과 방산산업 기반이 결합될 경우 'K-방산 2.0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올해 2월 발표한 '인공지능(AI)의 군사적 활용과 글로벌 동향' 보고서에서 김지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은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망과 반도체 산업을 보유한 만큼 AI 기술 융합에 최적화된 환경을 갖췄다"고 말했다. 이어 "AI 역량과 국방 인프라를 결합한다면 글로벌 방산 패권 경쟁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덧붙였다.

강철 두께로 힘을 증명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전장을 지배하는 건 알고리즘의 속도다. 강철부대의 시선이 머무는 곳, 한국의 전장은 더 이상 공장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흐르고 데이터가 숨 쉬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