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로 인한 9년 냉각기를 거친 양국 관계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그러나 관계 개선의 열기가 실제 ‘복원’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감정이 아닌 구조적 신뢰 회복과 실행력이 필요할 것이다.
◆ 실용 외교의 시험대에 선 한국
이번 회담은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 노선이 첫 중대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한국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도 모호한 상황에서 한국은 안보에 관해서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과 맞닿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이념보다 실익”을 강조했다. 이는 국내적으로는 중도외교의 포석이지만 대외적으로는 미중 모두를 설득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대미 안보 협력을 의심하고 있고 한국은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을 경계한다. 관계 복원의 진짜 관건은 말이 아닌 행동, 곧 정책의 지속성과 실질적 이행이다.
◆ 경제협력의 빛과 그림자
양국 관계가 개선되면 가장 먼저 움직일 분야는 경제다. 반도체, 2차전지, 소비재 등에서 한국 기업의 대중 수출이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의존’이다. 한국의 대중 무역 의존도는 여전히 20%대에 머물고 있고 특정 산업의 공급망은 중국에 묶여 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경제협력이 확대되더라도 중국이 시장 접근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경제적 협력을 통해 단기 활로를 찾되 중장기적으로는 기술 자립과 공급망 다변화를 병행해야 한다. 한중 협력의 본질은 ‘재의존’이 아니라 ‘재균형’이어야 한다.
◆ 통화스와프 복원과 위안화의 그늘
정상회담 이후 통화스와프 재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외환안정에 도움을 주는 장치임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위안화의 영향력 확대라는 또 다른 파장을 낳을 수 있다.
중국은 최근 아세안, 중동 등과 위안화 결제망을 확장하며 ‘탈달러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이 여기에 일부 편입될 경우 금융시장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통화 주권의 자율성이 줄어드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스와프는 한중 신뢰의 상징으로서 추진하되 달러·엔화·유로 등 다변적 통화 네트워크를 함께 유지해야 한다. ‘균형’이 다시 핵심이다.
■ 민생·문화 교류, 관계 회복의 완충지대
한한령(限韓令) 해제 조짐은 이번 회담의 가장 가시적 성과로 꼽힌다. K콘텐츠와 관광, 뷰티, 패션 등 한류 산업 전반이 숨통을 틀 가능성이 커졌다.
민생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는 양국 간 신뢰 회복의 안전판이 될 수 있다. 경제나 안보 이슈에서는 충돌이 불가피하더라도 문화·지방 교류 등 비정치적 영역의 협력은 관계 안정의 완충지대로 기능할 수 있다.
서해 구조물 설치나 해양 경계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단기간 해법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충돌 방지 메커니즘을 구축하기로 한 점은 긍정적이다.
◆ ‘균형외교’의 실행력 시험대
이번 정상회담은 한중 관계 복원의 출발점일 뿐이다. 미중 갈등이 구조화된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은 전략적 모호성이 아니라 전략적 실용성으로 움직여야 한다.
균형 외교란 두 나라 사이에서 눈치 보기식 외교를 뜻하지 않는다. 각 국익의 좌표를 분명히 하되 협력과 견제를 병행하는 ‘이중 트랙’ 접근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 외교’가 선언적 슬로건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부는 한중 관계의 변수를 장기 전략으로 다뤄야 한다.
결국 이번 회담의 의미는 정상 간 악수나 공동성명에 있지 않다. 그 이후 한국이 보여줄 실행의 일관성 그리고 위기 속에서도 균형을 잃지 않는 외교의 내공에 달려 있다. ‘복원’은 말이 아니라 실천에서 완성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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