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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이용자 반발에 '옛날 친구목록' 부활…'슈퍼앱 야심' 일단 후퇴

선재관 기자 2025-09-29 16:44:22
"이게 아니잖아" 이용자 원성에 6일 만에 백기 논란의 친구탭 결국 원상 복구…"피드백 적극 경청"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지난 23일 경기 용인시 카카오AI캠퍼스에서 열린 '이프(if) 카카오' 콘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카카오]


[이코노믹데일리] 카카오가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15년 만의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야심 차게 선보였던 친구탭의 피드형 화면을 폐지하고 기존의 단순한 친구목록 화면을 다시 기본으로 되돌리기로 한 것이다. 이는 ‘슈퍼앱’으로 진화하려던 카카오의 거대한 계획이 ‘국민 메신저’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이용자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불과 엿새 만에 좌초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결정은 지난 23일 단행된 카카오톡의 대규모 개편 이후 쏟아진 이용자들의 비판 여론에 따른 것이다. 당시 카카오는 친구목록을 인스타그램과 유사한 SNS 형태의 피드로 바꾸며 메신저를 넘어 소통과 콘텐츠 소비가 모두 이뤄지는 ‘슈퍼앱’으로의 진화를 선언했다. 하지만 업데이트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는 “불편하고 어지럽다”, “원치 않는 친구 소식을 봐야 한다”, “단순한 메신저가 좋다”, “카카오톡까지 인스타그램을 따라 해야 하나” 등 부정적인 반응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결국 이용자들의 원성을 외면할 수 없었던 카카오는 29일 이용자 의견을 적극 반영해 올해 4분기 내에 친구탭을 업데이트 이전의 친구목록 방식으로 복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개편의 핵심 중 하나였던 친구탭의 SNS화를 포기하고 이용자들이 원했던 ‘익숙한 카카오톡’으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카카오는 지금탭(숏폼) 내에 미성년자 보호조치 신청 메뉴를 신설하는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절차도 간소화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는 월간 활성 이용자 5000만명에 달하는 ‘국민 앱’의 변화가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혁신을 통한 성장과 기존 이용자의 익숙함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던 카카오의 시도는 결국 ‘익숙함’을 선택한 이용자들의 힘 앞에 한발 물러서게 됐다.

카카오 관계자는 "친구탭 개선 외에도 여러 UX, UI 개선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반영해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카카오톡을 사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격적인 후퇴가 향후 카카오의 ‘슈퍼앱’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