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징더전=신화통신) 최근 장시(江西)성 징더전(景德鎮)의 어요(御窯)박물관에 '쑤이쑤이야(歲歲鴨)'라 불리는 도자기가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고대 황실에 바치는 공물로 만들어진 이 오리 모양 향로는 여러 이유로 궁정에 들어가지 못한 채 수백 년간 묻혀있었다. 그러다 1980년대 고고학 발굴을 통해서야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복원을 마친 '쑤이쑤이야'를 보기 위해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으며 전용 캐릭터까지 생겨났다. 또한 관련 지식재산권(IP) 파생 상품은 올 들어 이미 1천만 위안(약 19억6천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쑤이쑤이야'의 인기는 한때 산업 침체로 어려움을 겪은 뒤 도자기 제작 산업과 문화관광 경제의 융합 발전을 적극 모색하며 새로운 활로를 찾는 징더전과 닮아있다는 평가다.
'도자기의 도시'로 불리는 징더전이지만 1990년대 국유기업 개혁의 물결 속에서 10대 국영 도자기 공장이 문을 닫게 됐다. 이와 함께 당시 중국 대도시를 휩쓴 부동산 열풍 속에서 폐허가 된 공장 부지를 상업·주거 단지나 대형 상업 복합시설로 재개발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징더전은 공업 유산의 옛 모습을 살려 복원하고 활용하는 길을 선택했다.
폐허가 된 공장 지대에서 가장 대표적인 위저우(宇宙)도자기공장은 '타오시촨(陶溪川) 문화창의거리구역'으로 재탄생했다. 이제 이곳에는 수많은 도예 작업실과 갤러리가 입주했으며 주 거리에는 크리에이티브 마켓이 들어서 젊은이들이 직접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할 수 있다.
동시에 징더전은 청년 아파트를 건설해 저렴한 임대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무이자 대출 및 무료 또는 저렴한 임대료로 노점을 제공해 대학 졸업생의 창업을 유도하고 있다.
그 결과 '1990년대생' '2000년대생' 창업가들이 도자기 공방을 채우고 있고 오래된 골목마다 전통 의상을 입은 젊은 관광객이 눈에 띈다. 지난 10년간 징더전의 인구 순유입은 13만6천 명에 달했으며 그중 80%가 청년이었다.
많은 오래된 공업 도시들이 철저하게 서비스업으로 전환한 것과 달리 징더전은 문화관광 산업을 적극 발전시키는 동시에 천년 도자기 산업의 뿌리를 굳건히 지키는 데 힘썼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징더전 도자기 산업의 생산액은 총 930억 위안(18조2천280억원)을 넘어섰으며 성장률은 9%를 웃돌았다.
기계화·표준화 생산의 거센 물결 속에서도 징더전의 많은 도자기 기업은 여전히 전통 수공예 기술을 고수하며 수작업과 기계화 생산을 병행하고 있다.
"기계는 대량 생산과 표준화 생산이라는 강점이 있지만 수제 맞춤형 제작이야말로 우리의 핵심 경쟁력입니다." 쉬완(許婉) 천톈(辰天)도자기회사 사장은 회사가 팝마트를 포함한 여러 아트토이 기업 및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협력해 다양한 형태의 맞춤형 도자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징더전에는 3천200여 명에 달하는 시(市)급 이상 무형문화유산 전승자가 있으며 6만 개가 넘는 수공예 공방이 자리잡고 있다.
현지 정부도 중국 및 해외 여러 도시에 '징더전 공식 플래그십 스토어'를 여는 등 수공예 도자기 브랜드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한 저작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6만3천 장의 저작권 증서를 발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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